스포츠가 인기다. 가을날 잦은 비소식에도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야구나 축구 경기를 좋아하여 팀을 정해 놓고 성원하는 이들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이 스포츠팬들도 제각각 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우선 종목이나 경기의 수준별로 나뉠 수 있을 것이고, 또 관전동기(Spectator Motivation), 팀 로열티(Team Loyalty) 강도 및 동일화(Team Identification)수준 등에 따라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팬 유형학 (Fan Typology)이라고 불리우는 이런 범주화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는데 그와 관련한 이상적인 척도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 같다. 스포츠 종목별로 무수한 팬 집단이 존재하고, 각 팬들의 참여 동기 역시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게다가 성(Gender), 세대, 소득, 인종 등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나 사회문화적 양상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한다면 무결점의 척도를 마련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범주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팬들의 성향에 따라 적용된 관전 유인 전략의 효과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향별로 상이한 세분시장이 존재한다면 접근 방식도 차별화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에 스포츠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표적 팬 유형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그저 참고들 하시라고 되도록 가볍게 접근했다. 주로 Quick(2000)이 제안한 구별법에 더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팀 스포츠 팬 동기 항목들을 언급했다.

* 팬들을 성향 별로 범주화 할 때 ‘중복’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질적인 그룹들 간에도 겹치는 부위가 생길 수 있어서다.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

 

대표 유형들

 오락추구형(Entertainment Enthusiast)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다. 스포츠를 단지 즐거움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재밌어야 한다. 이들이 주말에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거기 가면 볼거리 풍성한 이벤트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자체보다 경기장 내외의 흥겨운 응원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 프로 구단들이 경기장에서 다채로운 오락/여흥거리로 이목을 끄는 이유는 이들의 존재감을 의식한 탓이다. 축제 분위기나 북적이는 군중 속의 희열을 추구하는 극장광형(Theatregoer)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재미와 쾌락적 요소를 우선순위에 놓고 탐닉하는 경향이 있어 팀 로열티 수준은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동네 만세형(Community Pride)

애향심, 애국심 넘치는 팬들을 의미한다. 한화 이글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대전을 연고로 하기 때문이면 이쪽 부류로 봐야 한다.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 없다가도 월드컵 때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응원하며 축구를 소비하는 이들.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다. 내 고향이, 내가 속한 고장과 나라가 잘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상당수 스포츠 팬이 자연스럽게 여기에 해당한다. 팀의 지역밀착 강도가 높을수록(또는 지역을 잘 대변할수록)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프로팀의 연고 지역에 대한 긴밀한 연계와 공조는 관중 동원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들에게 있어 연고지역 로열티는 언제나 팀 로열티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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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혈광팬형(Passionate Partisan)

경기장에 가면 바로 눈에 띄는 이들이다. 그 행색이 말한다. ‘나, 이 팀 완전 좋아해요…’ 저마다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가장 먼저 경기장 입구에 도착하여, 비가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은 열정으로 응원석을 메우는 사람들, 열혈광팬이다. 하드코어팬(Hard core fan) 또는 다이하드팬(Die-hard fan) 이라고도 불리우며 최고 수준의 로열티를 지녔다. 이들의 팀 로열티는 성분의 특성상 ‘의리’에 가깝다. 이기면 기분 좋아서, 지면 우리팀이 불쌍해서 더 열심히 따라 다닌다. 상당수는 팀의 연간 정기입장권 소지자들이며 공식서포터로 활동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 만날 기회가 많다 보니 자기들끼리도 친하게 지낸다. 각종 동호회를 형성하여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이들의 일관된 구호는 당연히 ‘우리 팀 만세’다. 선수에 대한 찬사도 거의 찬양에 가깝다. 이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선수의 경기력과 경기자체의 상품성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왜 스포츠 시장 최고의 고객으로 대접 받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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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광팬형(Recluse Partisan)

경기장에 안 나타나는 골수 팬을 통칭한다. 열혈광팬 못지 않은 팀 로열티를 소유했으나 행동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주요 활동무대는 모바일 및 PC 등을 활용한 온라인 공간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소극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면에서는 열혈팬들보다 더 광범위하면서도 집요하게 스포츠를 소비하며 팀을 이롭게 한다. TV중계는 당연히 챙겨보고, 스포츠 신문, 잡지 등을 정기구독하기도 하며 팀 기념품수집에 심취해 있는 경우도 많다. 좋아하는 팀의 시민주를 다수 보유한 이들도 꽤 있다. 관중으로서의 역할은 자의건 타의건 접은 듯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팀과 선수를 돕고 있다. 조용히 돈 벌게 해준다. 구단입장에서는 ‘우렁각시’ 같은 존재다.

 

– 훈남 선수 추종형(Star Follower)

스타선수를 추종하는 여성팬을 의미한다. 주로 남자 농구와 배구 경기장에서 많이 보인다. 한 때는 이들을 속되이 일컬어 ‘오빠부대’라고도 했다. 매우 강한 결속력과 충성심으로 선수를 무조건적으로 성원하는 경향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그 ‘오빠’가 은퇴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뒷바라지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훗날 ‘오빠’가 감독이 되면 자기 자식들까지 데리고 경기장엘 온다. 진한 의리와 끈기의 면모라 할 만하다. 구단입장에서는 고맙고 소중한 고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명심할 점이 있다. 우리 ‘오빠’를 함부로 대하는 구단에 대해서는‘가혹’할 준비가 되어있다. 실제로 수년 전 이적과정에서 ‘오빠’를 홀대한 모구단은 이들이 주도한 온라인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그 곳엔 지금도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팀 로열티는 낮은 축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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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추종형(Champ Follower)

이기고 싶은 인간본연의 욕구를 대리만족으로 충족하려는 유형이다. 즉, 이기는 팀 우리 팀이다. 언제든 더 잘 나가는 팀으로 옮겨 탈 준비가 되어 있다. 열혈광팬이 의리지향형이라면 이들은 다분히 실리지향적이다. 최고 인기 프로축구팀인 FC바르셀로나 같은 구단을 추종하는 전세계 수억명의 팬들 중 많은 수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길 때만 팬 하겠다니 얼핏 약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열혈광팬도 처음엔 잘하는 선수나 팀을 따라다니다 충성심이 생긴 경우가 많다. 스포츠 마케팅에서는 이들을 열혈광팬으로 가는 초기단계의 팬덤(Fandom)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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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가형(Aficionado)

다소 드문 유형이다. 멋진 경기,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들, 그들을 지칭한다. 굳이 이길 필요는 없다. 잘 하면 된다. 져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멋진 플레이까지 나왔다면 대만족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제 아무리 독일, 브라질을 이겨도 내용면에서 형편이 없었다면 경기 후 이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열혈광팬입장에서는 밉살스러 보일 수도 있는 타입이다. 하지만 경기의 질 자체를 문제 삼기에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대패를 해도 내용에 따라 결과에 초연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들이다. 로열티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본다.

이 외에도 여러 형태의 팬들이 존재하나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한 사람의 팬 유형을 칼로 무 자르듯 경계를 그려 판별하기는 어렵다. 많은 경우 여러 면에 걸쳐 있어서다. 그저 스스로 어떤 성향이 좀 더 강한지 재미 삼아 참고 하시면 좋겠다.

참고자료: Quick, S. (2000). Contemporary sport consumers: Some typology with key spectator variables, AP통신,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울산모비스 홈페이지

 

글 = 한동유 (한남대학교 교수)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한국사회체육학회 총무이사
루이빌대학(University of Louisville) 스포츠 경영학 박사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및 루이빌대학 농구팀의 열혈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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