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S FOCUS: 시리 특집 기사]
: 트렌스 젠더 운동선수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월, 댈러스 출신의 고등학생 레슬링 선수인 맥 베그스(이하 베그스)가 대학대항리그(University Interscholastic League, 이하 UIL)지역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왜냐하면 이 ‘남자 선수’는 110파운드(50kg)급 ‘여자부’에 출전해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부에 출전해 우승한 사실은 이 소년이 부당한 이익을 취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여론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UIL에 베그스의 우승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베그스는 여성으로 태어났고 현재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호르몬 치료의 일환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맞고 있으며 본인 역시 여자부가 아닌 남자부 경기에서 겨루기를 원했다. 하지만 베그스는 출생신고서에 표기된 성에 따르도록 하는 규정에 의해 여자부에서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만약 해당 규정에 저항할 경우 출전권을 박탈당한다. 이에 베그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할 기회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히며 선수로서 사명감을 드러냈다.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의 데이터를 다루는 웹사이트인 ‘Transathlete.com’에서는 베그스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다른 여자부 경기에 나선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베그스의 사례를 봤을 때 우리는 스포츠 윤리 범주의 저변을 넓힐 필요성이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미국의 정책

현재 미국의 정책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적용되는 법(K-12)과 대학교 수준에서 적용되는 법 (College)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NCAA와 올림픽 혹은 프로 스포츠 등 리그 차원에서 적용되는 법(Recreation Leagues)도 따로 제정되어 있다.

먼저 K-12는 학교와 주에 따라 다양하게 법이 적용되는데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정책이 존재할 경우 해당 학생이 전환하고자 하는 성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고등학교 이전 수준에서 적용되는 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중학교의 경우 재량적으로 K-12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The Transgender Law & Policy 의회의 Guidelines for Creating Policies for Transgender Children in Recreational Sports에 따르면 모든 유소년은 레크레이션 스포츠 안에서 그들의 존엄을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트랜스 젠더 학생은 다른 점이 없다. 사실 트랜스젠더는 종종 오명을 극복해야 하므로, 그들이 레크레이션 스포츠를 통해 얻는 중요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그 차별의 영향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심각함을 초래하고 해를 끼칠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전환하고자 하는 성으로 레크레이션 스포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들에게 자신감과 자긍심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레크레이션 스포츠에서 얻어진 감정은 그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학교 차원에서 적용되는 법은 NCAA가 가지고 있는 제도가 기준이 된다. NCAA는 트랜스 젠더 선수가 자신의 팀에서 스포츠에 참여하기 위해 입증해 보이기 위한 성전환 수술 혹은 법적인 인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NCAA와 같이 호르몬이 쓰일 경우에는 다르다.

NCAA는 성 정체성 장애로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진단받은 FTM (Female to Male의 약자로 출생시 여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남성 팀에서 경쟁할 수 있지만 여성팀으로서 자격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성 정체성 장애로 테스토스테론 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MTF(Male to Female의 약자로 출생 시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남성 팀으로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일 년 이상의 테스토스테론 억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여성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편적인 미국의 가이드라인

트랜스젠더 학생들과 관련된 보편적인 정책 모델도 존재한다. ‘All 50’이라고 불리는 이 정책 모델은 미국 50개 주의 스포츠 및 스포츠 관련 활동 협회가 따라야 하는 정책 및 교육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들에 근거해 K-12의 법률들이 만들어지고 효력을 갖게 된다. 이 정책 모델은 그들이 추구하는 철학과 어린 트랜스젠더의 권리 신장 방안을 만들기까지 학교가 지켜야 할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렇게 제정된 가이드라인은 라커룸 및 시설, 호텔, 복장, 언어, 경기 진행으로 세부화되어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라커룸과 샤워, 화장실 시설을 그들의 성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라커룸 및 시설들은 그들의 요청 하에 사적 공간으로 제공돼야 할 의무가 있다. 호텔 또한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보호자의 판단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호텔을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그들의 성 정체성과 대립하는 유니폼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비 물질적인 대상에도 해당된다.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그들이 선호하고 불려지고자 하는 이름과 성별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자 및 보호자들은 그들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성별과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성전환 과정에 있으면 시설과 언어 측면에서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대회를 위해 외부 시설을 사용할 경우 코치, 팀 관계자, 학교 등이 학생들이 전환하고자 하는 성을 존중하고 이들에게 협조해야 한다. 또한 경쟁하게 되는 팀의 관계자들과 학교 측에도 보호자가 직접 알리고 상황을 조율해야 한다.

미국의 모든 주는 자율적으로 트랜스젠더 선수들에 관련된 정책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주에 따라 트랜스젠더 선수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Transathlete.com은 3가지 수준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의학적인 호르몬 투여와 수술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모든 학생이 성 정체성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따라서 각 주의 특정한 절차를 통해 차별을 최소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립 의견이다. NCAA와 같은 스포츠 기관들은 MTF 선수들이 게임에 참여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1년 이상의 호르몬 억제제 투여를 받은 기록을 요구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어린 트랜스 젠더가 선수의 자격을 갖기 위해 의료 개입을 요구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운동선수의 자격을 위해 호르몬 투여와 같은 치료가 사용되는 것을 지양한다. 따라서 이들은 성 정체성 혼란에서 오는 차별과 선수들의 윤리 및 보건 문제 사례마다 직접 판단 후 가장 적절한 법률을 적용하는데 이처럼 불완전한 정책은 다른 주의 정책에 차별적인 제도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명확히 수정될 것을 권고한다.

마지막으로는 트랜스 젠더의 경기 참여에 차별적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알라바마 주는 베그스의 사례처럼 모든 선수는 출생신고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아이다호 주의 경우 호르몬 투여 및 의료개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서 유동적인 법을 진행하긴 하지만 위의 두 수준보다 엄격하다.

(사진=최초로 미국 올림픽팀에 합류한 트랜스젠더, 크리스 모지어 사진출처: 나이키)

 

트랜스젠더에 대한 국제 스포츠 계의 변화

IOC 또한 2003년 이후 멈춰있던 트랜스젠더 선수에 관한 규정에 변화를 시도했다. 2016년 1월 IOC는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들도 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종전의 IOC 가이드라인은 국제 대회에 선수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전환 수술을 거처야 하며 최소 2년 이상의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전환 수술은 필수조건이 아니며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들은 아무 제약 없이 남성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단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의 경우 공정함을 위해 출전하기 1년 전 테스토스테론 검사에서 일정 수치 이하가 나와야만 출전할 수 있다. IOC는 전 세계의 각종 스포츠 연맹이나 스포츠 단체가 이 권고안을 준수해 성전환 선수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걸음도 떼지 못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국내 스포츠 규정

IOC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 1년이 더 지났지만 한국 스포츠 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국내에 트랜스젠더 선수와 관련된 규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트랜스젠더 선수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트랜스젠더의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우리는 곧 트랜스젠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제16조(기 타)

선수등록에 관하여 이 기준에 규정하지 아니한 제반 사항에 대하여는 WKBL 규약 기타 제 규정 및 이사회에서 정한 바에 의한다

제 5조 (참가팀, 임원, 지도자, 선수 자격): 1. 본 대회의 참가자격은 2017년도 대한축구협회에 등록을 필한 여자 실업팀(임원, 지도자, 선수)에 한 한다.

제29조(기타):  본 대회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주최측인 본 연맹에서 결정 시행한다.

위는 WKBL(한국여자프로농구)과 WK리그(한국여자축구리그)의 규정이다. 현재 규정에서 MTF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국내 여자 프로리그에서 뛰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별도의 절차가 필요 하지 않는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

국제 인권법과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또한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권리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의해 보장된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차별의 벽에 부딪혀야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스포츠 계의 현실이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

일각에서는 우리가 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IOC 전직 의학 위원회 의장인 아르네 융크비스트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사례는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하고 답해야 됩니다. 그것은 인권의 문제니까요.”라고 대답하며 우리가 스포츠 계에서의 성 소수자 문제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했다.

우리나라 스포츠 계는 선수들의 인권 보호에 취약하다. 강요된 합숙, 잦은 폭행 논란 등 선수들에 관한 인권 침해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LGBT 즉 성소수자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조심스럽다.

4년 전 논란이 되었건 박은선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외적으로 남성성이 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별논란에 휩싸였던 박은선은 많은 상처를 받은 채 러시아로 떠났다. 이후 WK리그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당시 소속팀을 제외한 6개 구단의 보이콧 선언 등으로 상처받은 것에 대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인권 보호 상태를 드러낸다. 아직 다수인 일반적 선수들에 대한 보편적 인권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도 하루빨리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해야 할 것이다.

강지민-박소영기자 공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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