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개막 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노출을 늘리기 위해 주간 경기의 경기 시간을 2시와 4시로 분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존 K리그 중계 채널인 KBS, KBS N SPORTS, SPOTV2, SPOTV+, MBC SPORTS+2에 추가로 MBC SPORTS+와 SPOTV가 중계에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해당 방송사들의 중계는 TV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아프리카 TV 등의 온라인에서도 K리그 전 경기 시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과거와 같이 중계 자체도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K리그에 전 경기 중계뿐만 아니라 점점 다양한 중계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또한 동남아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해외 팬들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사이에서 혼동할 것을 우려하여 리그 명을 K리그1과 K리그2로 단순화하였고 패치 디자인 역시 교체하는 등 국내외 K리그 시청자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양적 성장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데,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제작, 인사이드 캠, 관중석 인터뷰 등 경기 외적 부분까지 콘텐츠화하려는 노력 등 그동안에 비해 K리그를 효과적으로 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들어 눈에 띈다.

한편 지난 2017년, K리그는 새 시즌 시작하기에 앞서 중계방송 편성안을 발표하며 2016시즌보다 중계 카메라 대수를 2배 이상을 추가 배치하여 중계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리그를 팬들에게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TV 중계이다. TV 중계 화면을 기본으로 온라인 중계 역시 제공되며, TV 중계 화면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그만큼 TV 중계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K리그 TV 중계의 품질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계 카메라를 기존보다 2배 추가 배치한다는 사실은 K리그 팬들의 중계 품질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가 지나가고 있다. 과연 중계 카메라 대수의 증가는 중계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K리그 중계에 활용되는 카메라의 수는?

한성삼(2003)의 연구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 조별예선과 16강전에 사용된 중계 카메라는 25대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중계 카메라가 축구 중계에 활용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유로 2012에서의 경기당 평균 카메라 수는 약 33대였다. 또한 오원섭(2018)에 따르면,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사용된 중계 카메라의 대수는 약 40대 정도였다. VAR, 스카이캠 등의 다양한 최신 기술을 활용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고 있다. 과연 K리그는 어떨까? 김수한(2015)에 따르면 2015시즌 KBS가 K리그 중계에 사용한 중계 카메라의 대수는 슈퍼슬로우 카메라 3대를 포함하여 평균 12대에서 14대 정도였다. 그렇다면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2017시즌, 2018시즌 K리그 중계를 위한 카메라는 24대에서 28대가량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1경기 중계에 약 25대 정도의 카메라, 그것도 고가의 중계용 카메라가 단숨에 20대 이상이라니. 2017시즌부터 매 경기 이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그 전에 참고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방송사다. 지상파 채널인 KBS의 경우 연간 약 2회가량의 경기만이 중계로 이루어진다. K리그 중계의 80% 이상은 SPOTV+, MBC SPORTS+2 등과 같은 신생 채널 및 IPTV 방송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주목할 점은 지상파 방송사인 KBS와 SPOTV+, MBC SPORTS+2와 같은 방송사 사이엔 엄연히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대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KBS가 10대 이상의 카메라를 중계에 투입하는 점과 달리 이러한 신생채널 및 IPTV 방송사가 투입하는 카메라의 대수는 경기장 전체를 잡을 수 있는 카메라 1대, 각 골대 뒤편의 지미집 카메라 한 대씩 2대, 사이드라인의 EFP카메라 2대, 벤치나 관중석을 잡아주는 카메라 1대로 총 6대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2017시즌부터는 80% 이상의 경기에서 약 10대 정도의 카메라가 IPTV 혹은 신생 채널의 K리그 중계에 활용된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그동안 K리그의 중계 카메라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어왔던 요소는 EPL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 상황을 바라보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네이버에서 진행한 ‘K리그 TV 중계, 이것만은 꼭 이뤄졌으면’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카메라 앵글 다각화>가 61.1%(6618명)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김환, 2016). 따라서 여러 가지 영상 분석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본인은 팬들이 언급한 카메라 앵글 다각화를 중심으로 2016시즌과 올 시즌(2018시즌)의 K리그 중계 영상을 비교분석 해보았다. 또한 IPTV 혹은 신생 채널을 직접 TV에서 찾아서 시청하는 팬보단 네이버 스포츠 혹은 아프리카TV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K리그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네이버스포츠를 통해 중계되는 횟수가 가장 많은 SPOTV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앵글의 다각화는 중계 품질의 핵심이 아니다

두 시즌 간의 중계를 비교했을 때, 한눈에 보더라도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중계 화질이다. 잔디가 깨져서 보일 정도로 중계 화질이 좋지 않았던 2016시즌에 비해 올 시즌 SPOTV+를 포함한 IPTV 및 케이블 중계의 화질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한 경기 시작 전 활용되는 그래픽의 질 역시 상당히 발전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카메라의 숫자에 기인한 결과이기보단 이전보다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메라 앵글의 다각화 역시 이전보다는 수치상으로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 장면이 발생했을 때, 2016시즌에 비해 올 시즌은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골 장면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2016시즌의 경우, 인천 유나이티드와 성남FC의 경기 중계에서 터진 골은 5골이었다. 이 5골 모두 골 장면을 다시 보여주며 오직 하나의 각도만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본부석 우측에 있는 카메라 혹은 중앙의 스탠다드 카메라를 활용하여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의 골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슬로우모션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또한 5골 모두 골이 들어간 이후, 세레머니-관중석-벤치-슬로우모션 리플레이로 이어지는 같은 공식만을 반복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해당 경기만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없다. 본인은 2016시즌 SPOTV가 중계한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나온 전체 골 중 101번의 골 장면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분석해 보았고, 골 장면 이후의 리플레이 각의 평균 수는 1.2개에 불과했다. 반면 올 시즌인 2018시즌의 경우,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진행된 SPOTV가 중계한 K리그1 경기 중 무작위로 선택한 103번의 골 장면 이후의 리플레이 장면을 분석해 본 결과 리플레이 각의 평균 수는 4.1개였다. 즉 카메라 수가 많아진 이후, 리플레이를 통해 약 3번 정도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골 장면을 더 제공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 장면 리플레이 외에도 스로인, 코너킥, 프리킥, 선수 부상 등의 데드볼 상황에서 관조하지 않고 부상 장면을 클로즈업하거나 프리킥 차는 선수를 집중 조명하는 횟수 역시 평균 약 1.8회에서 약 3.2회로 증가하는 등 이전보다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카메라 수 증가로 이전보다 다양한 각도의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메라 각도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계 카메라 대수를 2배로 늘리고자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카메라 수 증가가 중계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중계 품질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Beville & Hugh Malcolm(1985)은 ‘시청경험의 품질(quality of viewing experience)’이란 개념을 제시해 수용자가 프로그램에 서 얻는 만족감, 충족감, 관심도, 그리고 주목도를 보이는지를 측정하여 수용자 위주의 프로그램 품질 평가에 주목했다(최종수 외, 2011). 여러 가지 중계 품질의 정의에 대한 주장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시청자가 중계를 통해 얻는 만족이 높을수록 중계 품질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K리그 중계는 시청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가? 중계 카메라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확실히 늘어났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시도들이 단순한 숫자 놀음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K리그 중계 중에 발생했던 몇 가지 대표적인 문제 상황과 해당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사진1> K리그와 EPL의 스로인 시 카메라 구도 비교

위 사진의 왼쪽은 KBS의 K리그 중계, 오른쪽은 올 시즌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간의 경기 중계 장면이다. 같은 스로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의 경우 스로인을 수행하는 선수에 카메라가 초점을 둔 반면, EPL 중계의 경우 스로인을 수행하는 선수에 초점을 둘 뿐만 아니라 공의 진행 방향까지 고려한 카메라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를 카메라로 관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수의 입장에서 공을 어느 방향으로 전달할지 함께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중계 카메라 대수가 증가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제공할 수 있을지라도 경기를 관전하는 시청자의 관점, 축구에 몰입해 있는 선수들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관조하는 구도만 반복된다면 그 중계 각도가 다양할지라도 시청자들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진2> K리그와 EPL의 코너킥 시 카메라 구도 비교

왼쪽은 SPOTV의 코너킥 시 카메라 구도, 오른쪽은 SKY SPORTS가 잡는 코너킥 시 카메라 구도이다. <사진1>과 같은 점은 SPOTV는 같은 공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고 인물에게만 집중한 모습이지만 SKY SPORTS의 경우 인물과 공의 흐름 둘 다 고려하여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한 선수와 매우 근접한 위치에서 영상을 촬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장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사진1>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기엔 스로인과 코너킥이라는 비슷한 상황에서의 중계 노하우 차이로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1>과 <사진2>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중계사인 KBS와 SPOTV의 차이이다. KBS의 경우, 중계 횟수는 연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슈퍼매치와 같은 빅매치를 중심으로 중계가 이루어지기에 케이블 방송사 혹은 IPTV 방송사에 비해 많은 카메라 장비들을 투입하며 카메라 감독 역시 10명가량 배정된다. 반면 SPOTV와 같은 IPTV 방송사의 경우 매 라운드의 메인 경기에 최대 13대 정도의 카메라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의 경기들은 방송사의 사정으로 인해 최소 4대만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해, <사진2> 우측의 EPL의 코너킥 시 카메라 구도는 스포티비와 같은 IPTV 방송사들이 매번 구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카메라를 직접 손으로 들고 코너 부근서 대기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진1>의 스로인 장면은 카메라와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도 기존의 활용하는 EFP카메라 혹은 스탠다드 카메라를 활용해도 인물과 경기 진행 상황 모두를 고려하여 좋은 구도로 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중계 카메라 개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진3> SPOTV의 2018시즌 K리그1 중계화면.

위 두 사진은 실제로 SPOTV에 의해 중계된 K리그1 경기의 일부 장면을 캡처한 것인데, 두 사진 모두 어처구니없는 클로즈업으로 K리그 커뮤니티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진이다. 특히 우측 사진의 경우 ‘추석날 보름달 기원 앵글’이라는 ‘웃픈’(?) 농담거리가 되고 말았다. 마치 프로야구를 촬영하던 감독이 급하게 K리그 영상을 배우면서 발생한 해프닝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상황 역시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비슷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에 무리가 있다. ‘뜬금 시리즈’로 설명 가능한 중계 영상들. 왜 발생하는 것일까? 당연히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의 축구 촬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축구 중계에 참여하는 것일까?

중계에 참여하는 제작 PD와 카메라 감독은 사전에 미팅을 거치며 카메라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제작 PD와 카메라 감독 간의 호흡, 축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상황에 맞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그저 관조하는 카메라가 아닌 축구와 함께 호흡하는 카메라가 될 수 있다. 한편, K리그와 중계 계약을 맺은 MBC SPORTS+, SPOTV 등은 대체로 매 라운드 별 메인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엔 비용의 문제로 인해 카메라마다 카메라 감독을 배치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 또한 종합편성 채널이 설립된 이후, 카메라 감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카메라 감독이 늘어났고, 그들을 섭외하기 위한 비용 역시 커졌다. 이러한 이유로 스탠다드 카메라를 맡는 한 명의 카메라 감독을 제외한 EFP카메라 등 나머지 카메라에는 카메라 감독이 아닌 카메라 보조가 대신 서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처럼 카메라가 다양한 위치에 배치되더라도 그 카메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제작 PD와 스탠다드 카메라에 위치한 카메라 감독이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해석하여 다른 카메라와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적절한 영상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축구를 잘 모르는 인력이 카메라에 배치되는 상황이 잦아질수록, 계속해서 전담 인력이 교체되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카메라의 성능, 카메라의 수와는 별개로 중계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진4>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과 아스널의 前 홈구장 하이버리 스타디움

위 사진의 왼쪽은 SPOTV의 K리그1 중계화면, 오른쪽은 아스널의 전 홈구장인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의 중계 장면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위 두 사진을 통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카메라의 위치, 특히 카메라와 경기장 간의 물리적인 거리이다. 왼쪽 중계 화면의 경우 한눈에 보더라도 카메라와 경기장 간의 거리가 멀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선수들 위에서 그저 비추는 느낌이 크다. 반면 오른쪽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의 카메라는 SPOTV의 중계화면과 비교했을 때, 카메라와 선수 간의 물리적 거리가 훨씬 가깝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따라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박진감 넘치게 전달하기 수월하다. 아스널의 전 홈구장 하이버리 스타디움뿐만 아니라 EPL은 ‘로우 앵글’, 즉 낮은 각도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리버풀 FC의 홈구장 안필드는 54.000석 규모의 경기장 증축을 진행하면서 본부석 측에 위치한 스탠다드 카메라의 위치를 기존보다 한층 높은 곳으로 옮겼다. 이러한 변화는 Sky sports에 대한 팬들의 많은 불만을 초래했다. James Gray(2016)에 따르면 Sky sports의 중계 각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마치 축구 게임에서의 카메라 줌을 0으로 설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혹평이 이어졌다. 결국 Sky sports는 리버풀 FC와 함께 카메라의 위치를 본래의 위치, 즉 ‘로우 앵글’에 적합한 위치로 옮겼다.

<사진5> 2016시즌(좌)와 올 시즌(우) 안필드의 스탠다드 카메라 위치

안필드의 사례는 K리그 중계에 좋은 시사점을 준다. 현재 K리그 중계 시 대부분의 카메라는 로우 앵글이 아닌 ‘하이 앵글’에 가깝다. 또한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은 축구 전용 경기장이 아닌 이상 육상 트랙이 경기장과 관중, 그리고 카메라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이는 생동감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담아내기 더욱더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로우 앵글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멀리서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거나, 롱패스를 중심으로 경기가 이루어지는 리그라면 하이 앵글을 중심으로 중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몸싸움, 역습, 스피드 등의 역동성이 주요 특징인 K리그는 EPL과 같은 로우 앵글을 중심으로 한 중계가 더욱 적절한 방법이 아닐까? 실제로 김환(2016)에 따르면, 2015년 4월 18일 KBS는 수원 삼성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평소와 달리 본부석 측에 위치한 초고속 카메라의 위치를 2층에서 1층으로 옮겼다. 치열한 몸싸움과 육박전을 잡기에는 낮은 각도에서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김환, 2016).

관조하는 카메라에서 함께 호흡하는 카메라로 거듭나기 위해선

본인은 지금까지 중계 카메라 대수 증가가 어떠한 변화를 불러왔는지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과연 분석을 통해 나온 수치가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영상을 제공하며, 그들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카페라 대수, 앵글 다각화만이 중계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계 카메라의 수를 늘리는 것, 중계 앵글의 다각화는 카메라 구도, 인적 자원 부족으로 인한 뜬금없는 실수들, 하이 앵글 등 현재 K리그 중계가 가진 문제들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 자체적으로 중계 품질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본인은 3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앞서 본인이 제시했던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카메라 구도, 뜬금없고 무의미한 영상이 반복되는 문제의 본질은 카메라의 수, 카메라의 성능이 아닌 사람의 문제이다. 축구라는 종목을 충분히 이해한 카메라 감독이 투입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중계의 질은 더욱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 감독, 특히 축구 중계 경험이 많은 카메라 감독을 K리그 매 라운드 전 경기에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의미한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에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이는 연맹 역시 마찬가지이다. 라운드별 메인 경기를 제외하곤, 카메라 감독의 빈자리를 하청업체로 메워 나가고 있으며 기껏 열심히 가르쳐 능숙해진 카메라 보조가 그만둔 다음날의 K리그 중계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러한 잠재 위험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중계 품질의 지속성을 키우는 것에 기여할 방안으로 ‘K리그 방송 코디네이터’의 도입은 고려해볼만 하다. 지난 2012년부터 K리그는 ‘매치 코디네이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치 코디네이터’는 경기장 내 외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대비하고, 행정, 운영, 안전 등 기준에 따라 점검하며 경기가 끝난 후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한다. 마찬가지로 ‘중계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매치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중계 관련 업무를 부여한다면 현장에서의 중계 관련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경기별 주요 관전 포인트, 이전 경기에서의 문제들을 정리한 매뉴얼을 바탕으로 방송사 측에 협조를 구하거나 중계 화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1번, 2번, 3번 카메라를 중심으로 중계 인력을 배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중계 경험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중계 도중 계속해서 실수가 발생하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이른 시간 안에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방송사마다 각기 다른 중계, 방송사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중계 품질 문제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다.

둘째, 축구 중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축구중계아카데미의 운영 역시 고려할 만한 내용이다. 현재 연맹은 K리그 내 외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크게는 경영진 교육과정, 실무진 교육과정, 미래 인재 교육 과정 3가지로 나뉘며 그 안에 총 12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축구 중계의 발전 역시 한국 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K리그의 구성원 중 하나이다. 따라서 K리그 아카데미에 새롭게 추가될 수 있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다만 연맹 역시 자체적으로 중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은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사마다 존재하는 축구 중계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통해 축구 중계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방송사별 가지고 있는 K리그 중계 시 문제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도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연맹이 가지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K리그 중계 인력에 선진 중계 기술, 노하우를 배울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k리그 중계 품질 향상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각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자인 방송사, 연맹, 구단, 지자체 간의 협력적 소통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안필드의 스탠다드 카메라 위치 변경은 과연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절차일까? EPL의 경우 팀이 경기장을 소유하거나 중계팀을 가지고 있는 유리한 조건이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K리그 대다수의 홈구장은 팀이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FC서울을 예로 들더라도 FC서울 임의로 경기장의 구조를 수정하여 카메라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앞서 언급한 안필드와 같은 위치에 스탠다드 카메라를 배치하기 위해선 서울시설관리공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타 구장 역시 기자석 혹은 각종 부대시설로 인해 카메라를 보다 낮은 곳에 설치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또한 김환(2016)에 따르면, K리그는 정해진 카메라 설치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협의를 통해 카메라 위치를 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맹과 방송사뿐만 아니라 각 구단, 시설관리공단과 같은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 문제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구단과 중계진, 지자체, 연맹간의 소통을 통해 적합한 카메라 설치 위치를 탐색할 수 있으며, 기존의 구조물로 인해 카메라 설치가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임시 거치대를 활용하거나 구조물을 철거하는 등의 보다 생산적인 과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글을 맺으며

K리그, 중계 자체도 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K리그 전 경기, 그것도 K리그1과 K리그2 모두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터치 몇 번에 바로 골라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처럼 과거와 비교하면 K리그의 중계는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이 보다 K리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에 비해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은 미비하다. K리그 중계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중계 카메라 대수 증가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K리그 중계 품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축구 중계 영상을 K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References>

김수한(2015년3월26일). [축구 읽어주는 기자]월드컵과 K리그 방송 카메라 몇대일까. 헤럴드경제, Retrieved October 31, 2018 from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0326000270&md=20150326094018_BL

김환(2016년11월21일). [매거진 S] K리그 중계, 현재와 미래. 네이버스포츠. Retrieved November 1, 2018 from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064&aid=0000005269

박소연(2012년6월3일). [일요기획] K리그 ‘숨은 MVP’ 매치 코디네이터란? ①. 매일경제. Retrieved November 2, 2018 from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336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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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현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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