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올해 K리그1 최고의 수문장은 누가 될까.

K리그의 골키퍼 자원은 동아시아 최강이라 해도 손색없다. 당장 J리그만 해도 정성룡, 권순태, 김승규 등 K리그 출신 골키퍼들이 수준급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사실 K리그 초창기만 하더라도 외국인 골키퍼들이 득세했다. 일화 천마의 발레리 사리체프(신의손), 부천 유공의 샤샤 등 골키퍼가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의 활약에 국내 골키퍼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연맹은 1999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영입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K리그 골키퍼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작년만 해도 국가대표 조현우를 필두로 송범근, 노동건, 김동준 등 많은 팀이 골키퍼들의 활약 속에 승점을 지켜나갔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하나원큐 K리그1 2020’ 개막을 앞두고 지난 시즌 클린시트 기록 순으로 골키퍼들을 살펴봤다.

#국가대표의 존재감 조현우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의 골키퍼다.

2013년 대구FC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현우는 2015년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 전 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다음 해에는 팀의 승격과 함께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다.

1부리그 무대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승격 팀인 대구를 이끌며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다이빙으로 경이로운 선방을 보여주며 유효슈팅 선방 1위, 클린 시트 2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A매치 데뷔전을 가지기도 했으며, 챌린지 무대에 이어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에서도 골키퍼 부문 베스트11의 자리에 올랐다.

다음 해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조현우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이 과정에서 유효슈팅 16개 중 무려 13개를 막아내며 영국 BBC와 미국 블리처리포트가 선정한 조별리그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렸다.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에서는 뒷문을 안정적으로 사수하며 금메달과 함께 병역까지 면제받았다. 소속팀 대구에서의 활약 역시 계속되며 팀의 창단 첫 FA컵 우승과 함께 2년 연속으로 K리그1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9년에도 꾸준한 활약을 바탕으로 ‘대팍 신드롬’의 주축이 되며 팀의 리그 4위를 이끌었다. 물론 리그 베스트11 자리도 여전히 그의 몫이었다.

올해 자유계약 신분이 된 조현우는 울산 현대로 이적하게 되며 J리그로 복귀한 김승규의 빈 자리를 메운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울산 입장에서 조현우의 뒷문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성장 송범근

대한민국의 젊은 골키퍼 자원 중 대표주자로서 3년째 K리그 정상급 클럽인 전북 현대에서 활약 중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우승권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사실만으로 송범근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2018년 전북으로 이적한 송범근은 입단 첫해부터 홍정남과 황병근 등 경쟁자들의 부진으로 주전 골리 자리를 꿰찼다. 프로 1년 차였기 때문에 위치선정, 판단력 등의 불안감은 있었으나, U-23 쿼터에 해당하는 나이로서 활용도가 높았다. 주전 멤버로서 활약함과 동시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까지 받으며 프로 데뷔 첫해를 마무리했다.

지적받았던 불안감은 프로 2년차인 2019시즌에 접어들며 안정감 있게 변하기 시작했다. 데뷔 시즌 많은 출전에 따른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의 확실한 넘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자였던 이범영의 아킬레스건 파열로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15번의 클린 시트 기록은 이 같은 주장을 뒤집는다.

이번 시즌은 이범영의 부상 복귀와 U-22룰을 초과하는 나이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월 벌어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수비진의 붕괴와 퇴장 상황 속에서도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달라진 존재감 노동건

노동건의 모습은 지난 시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4년 수원에 입단한 노동건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으며 수원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주전이었던 정성룡의 부상으로 2015년부터 출전 수를 쌓아나가던 노동건은 2016시즌을 앞두고 정성룡의 J리그 이적으로 수원의 주전 골리 자리를 넘겨받게 되었다.

등 번호 1번이라는 무게감 탓이었을까. 나오는 경기마다 실점하며 수원의 부진과 함께 노동건의 불안감이 부각됐다. 동시에 경쟁자인 양형모의 활약으로 시즌 후반에 접어들수록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2017년에는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되었으나 강현무에게 밀리며 주전 경쟁에 실패했고, 수원으로 복귀한 2018시즌 역시 준수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때로 불안함을 노출 시켰다.

하지만 노동건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9시즌을 앞두고 수원FC에서 넘어온 김다솔에 넘버원 자리를 내주었으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다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세이브 능력과 더불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안정감까지 장착하며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성장했다.

12경기의 클린시트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15개의 송범근과 조현우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38경기에 출전한 이들에 비해 9경기 덜 나온 것을 비교하면 기록의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노동건 덕분에 비기거나 이겼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올 시즌 역시 꾸준한 활약을 이어나간다면 확실한 정상급 골키퍼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김귀혁 기자(rlarnlgur97@siri.or.kr)

[20.05.05 사진 = 대구FC, 울산 현대, 전북 현대, 수원삼성 블루윙즈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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