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의 팀이 EPL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다수의 팬은 맨유, 리버풀 등 빅클럽이나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만 알고 있을 뿐, 다른 팀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만 들어본, 자세히 알진 못했던 팀들에 대한 TMI. [이팀을알고계셨나요.]
[SIRI = 김학진 기자] 탄탄한 수비력으로 한껏 움츠리고 있다가 역습 기회가 찾아오면 피지컬 좋은 공격수들을 활용해 롱패스를 골로 연결 짓는, 매서운 한 방으로 강팀들에 비수를 많이 꽂았던 팀. 손흥민 선수에게 원더골을 허용한 팀. 오늘 소개할 팀은 번리FC 이다.
# 역사
번리FC는 영국 햄커셔 주에 위치한 인구 약 70,000명의 소도시 번리에 연고지를 둔 축구팀이다.

1882년에 창단해 풋볼리그 원년부터 함께한 유서 깊은 팀이다. 1920/21, 1959/60시즌 1부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1913/14 시즌에는 FA컵도 우승했다. 1992년도에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로 2부리그에 머물러 있다가, 2008/09 시즌 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다. 이후 1시즌 만에 다시 강등되었지만, 현재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션 다이츠 감독의 지휘 아래 2015/16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의 챔피언이 되어 그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다.
# 성적
16, 7, 15, 10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16/17시즌부터 19/20시즌까지의 성적표이다.
2016/17 시즌은 1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2017/18 시즌 번리의 포텐이 터지기 시작한다. 개막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번리는 3라운드 토트넘 원정과 5라운드 리버풀 원정에서 무를 캐내며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잘 유지해 마침내 7위를 달성하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 티켓을 얻게 되었다. 이때 달성한 7위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번리의 최고 성적이며, 유로파리그에 1962/63 시즌 이후 52년 만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인 2018/19 시즌, 얇은 스쿼드 폭으로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니 리그까지 악영향이 미쳤다. 리그에서는 15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고, 유로파리그에선 이스탄불 바샥셰히르, 애버딘 FC, 올림피아코스를 만나 나름 선전했지만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는 데 그친다.
2019/20 시즌 절치부심한 번리는 리그 38전 15승 9무 14패를 기록하며 10위를 차지한다. 2020/21 시즌은 현재(11/8) 기준 19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 강점
– 늪 수비와 롱볼 축구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번리의 플레이 스타일은 전통적인 잉글랜드 스타일, ‘킥 앤 러쉬’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껏 움츠려 있다가, 역습 상황이 펼쳐졌을 때 롱볼 한방을 살려 득점을 성공시킨다.
번리가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2017/18 시즌 전반기 기록들을 한번 살펴보자. 패스 성공률은 70.93%로 20개의 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롱볼을 중시하는 번리의 전술 때문이었다. 당시 번리의 롱패스 개수는 1,354개로, 20개의 팀 중 유일하게 롱패스 비율이 20%를 넘는 팀이었다. 당시 팀 순위가 7위였으니, 그만큼 롱패스를 활용한 역습이 효과를 봤다는 방증이 된다.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선 피지컬 좋은 공격수들이 필요하다. 롱볼을 전달받았을 때 그 공을 상대 수비로부터 뺏기지 않고 슈팅으로까지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리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왼쪽)와 애슐리 반스(오른쪽), (출처 : 번리 FC 홈페이지)
실제로 번리엔 키가 크고 몸싸움에 능한 공격수들이 많다. 위 사진 두 명은 번리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다. 왼쪽 선수는 크리스 우드로, 키 191cm에 몸무게 81kg이다. 발은 좀 느리지만, 공중볼 경합과 공을 지켜내는 포스트 플레이가 탁월한 전형적인 타겟형 공격수다.
오른쪽 선수는 애슐리 반스로, 키 186cm에 몸무게 77kg이다. 우드와 마찬가지로 몸싸움이 좋고 공중볼도 잘 따낸다. 주력과 기술을 겸비하고 있어 우드가 공을 떨궈주면 반스가 돌파해 골을 만들어 낸다.
한편 이러한 ‘킥 앤 러쉬’ 전술에는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선취골을 넣고 내려앉아 버리면 롱볼 전술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번리는 수비력 또한 상당히 준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7/18 시즌 전반기만 놓고 보면 15실점으로 20개의 팀 중 최소 실점 4위를 기록했고, 골키퍼의 선방률 또한 81.7%로 맨유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 홈 경기장 ‘터프 무어’
번리는 영국 랭커셔 주에 위치한 축구 경기장 ‘Turf Moor’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1883년에 개장해 영국의 축구 경기장 중 두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터프 무어에는 번리만의 강점이 숨겨져 있다. 바로 경기장 규격이다. 터프 무어의 폭(골라인)은 66.8m로 현재 EPL 구장 중 가장 좁지만 길이(터치라인)는 105m로 다른 경기장과 비교했을 때 긴 편이다.
이렇듯 좁고 긴 경기장은 번리의 ‘킥 앤 러쉬’ 전술을 극대화한다. 폭이 좁으니 측면을 확실히 커버할 수 있고, 이는 조직적인 수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6/17 시즌 당시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첼시가 번리의 홈에서 1대1로 비긴 직후 기자회견에서 터프 무어의 규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 팀의 현주소
2020/21 시즌 현재(11/8) 기준 7전 2무 5패로 19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 승리가 한 번도 없는 번리다. 실점은 12점으로 다른 하위권 팀들에 비해 확실히 적은 편이다. 문제는 득점 수다. 7경기 동안 3골밖에 넣지 못했다. 20개의 팀 중 꼴찌다.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매 시즌 똑같은, 롱볼이나 크로스에 치우친 공격 패턴을 다른 팀들이 간파했다는 방증이다. 순위권 반등을 위해선 현재 공격 패턴의 근간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다양한 부분 전술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이 팀의 TMI
– 팀의 마스코트는 꿀벌 ‘Bertie Bee’이다. 번리의 골이 터질 때마다 공중제비를 도는 등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2013년 QPR과의 챔피언십 경기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알몸으로 난입한 관중을 럭비 태클로 제압해 크게 화제가 되었다.

– 1921년에 세운 번리의 30경기 연속 무패행진은 아스널의 무패우승 시즌인 2003/04시즌까지 약 80여 년간 깨지지 않았다.
– 1910년에 현재의 유니폼 색깔인 적포도주색과 파란색을 지정했다. 당시 최강팀 아스톤빌라의 색을 오마주한 것이다.
– 1부리그부터 4부리그까지 모두 우승해본 5개 팀(셰필드, 포츠머스, 울브스, 프레스턴) 중 하나이다.
# [이팀을알고계셨나요] 다음 소개할 팀은?
EPL 20개 팀의 엠블럼 중 가장 단순명료하지만 강렬한 인상의 엠블럼을 지니고 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을 보는 듯 포르투갈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황소 혹은 탱크가 떠오르는 공격수가 있다. 박지성 선수가 인생 경기를 펼친 팀이기도 하다.
김학진 기자 (9809king@sir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