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유한결 기자] 미디어의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열리는 경기로 쉽게 연결해주었고, 또한 반대로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기로 연결해주기도 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적인 부분에서 동일하다. 요즘 유튜브에서 K-POP 장르나 우리나라 드라마 영상에 한글 댓글보다 영어 댓글을 찾기 더 쉬운 것이 그 예시이다.

스포츠 부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입장 수입, 스폰서, 중계권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2018, 스포츠산업백서). 하지만 경기장에 찾아오는 관중과 프로구단의 연고지가 미치는 지역에 펼쳐지는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유명 구단에 비해 작은 규모의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지만, 국내 혹은 연고지 지역에 한정한 팬들의 유치만을 위해 노력한다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착실히 해외 팬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PL(잉글랜드프로축구), 라리가(스페인프로축구) 등 세계 최정상 수준을 자랑하는 프로스포츠 리그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축구 팬들에게 리그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종목인 농구에서의 NBA(미 프로농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이런 리그들도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EPL은 아시아 팬들을 위해 현지에서 상당히 이른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잦고, 라리가는 아시아의 대명절인 ‘설’ 연휴에 맞춰 경기를 진행했다. 심지어 ‘맨체스터 시티’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과 추석뿐만 아니라 수능시험인 있는 날에 선수들이 직접 한국어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전 세계적 빅클럽일지라도,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에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BA는 매년 전 세계 농구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티칭스쿨을 진행하며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선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 유망주들이 비록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슈퍼스타를 직접 만나고 그들에게 농구를 배웠다는 부분에서 NBA의 오랜 팬이 될 확률이 높다. 이런 방식은 아직 세계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에 직접적인 적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 국내 프로스포츠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서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리그나 팀에 대한 흥미 유발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어떤 팀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리그의 규모에 비해 세계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NFL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NFL은 이미 미국 내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수의 NFL 구단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폰서, 중계권, 관중 수를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NFL은 전 세계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NFL은 미국 내에서 엄청난 팬베이스를 갖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팬베이스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미식축구의 팬은 전 세계적으로 4억1천만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스포츠 중에 9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NFL의 규모와 다르게 낮은 순위다. NFL은 전세계 유일한 프로 미식축구리그이기 때문에 NFL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복잡한 규칙을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해외에 NFL을 중계할 경우 하프타임이나 공수 교대 시간 중간중간에 이런 영상을 중계에 송출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상당한 비율의 히스패닉 층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NFL이 보유한 OTT 서비스인 ‘NFL 게임패스’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면, 스페인어 중계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또한 몇몇 구단은 구단 공식 웹사이트에도 스페인어를 추가했다. 특히 NFL의 규칙과 경기 진행 상황에서 경기 중간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히스패닉을 타깃으로 한 광고를 많이 활용했다. 히스패닉을 공략하는 광고가 전체 광고에 65%를 차지할 정도로 히스패닉 팬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2016시즌부터는 ‘NFL 인터내셔널 시리즈’의 일환으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NFL 정규시즌 경기를 매년 한 경기씩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 최대의 경기장 ‘에스타디오 아즈테카’에서 경기가 열리며, 매년 약 7만 5천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온다. 이런 NFL의 전략에 힘입어 히스패닉의 인기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멕시코에서의 인기 역시 상승하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텍사스주 댈러스를 연고로 하는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히스패닉의 인기를 바탕으로 전세계 프로스포츠 구단 중에서 시장가치 선두를 차지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시장가치는 55억 달러(약 6조5천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히스패닉은 축구를 선호하고, 미식축구는 백인과 흑인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NFL의 노력으로 이런 편견이 깨져가고 있다.

NFL의 노력은 히스패닉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유럽 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유럽의 스포츠 인프라는 미국 못지않게 크다. 이런 부분에서 NFL이 유럽에 파고들 수 있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인지도가 낮았고, 오히려 미식축구와 유사한 럭비의 인기가 높았다. 그래도 영국은 미국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 비슷한 문화권이라는 점과 유사 종목인 럭비의 인기가 매우 크다는 점을 이유로 첫 번째 타깃이 되었다. 그리고 아마추어들에게 미식축구가 유럽에서 가장 잘 전파되었던 독일도 활용했다. 그렇게 1995년 NFL의 하부리그 격인 리그가 유럽에 창설되었다. 명칭은 ‘NFL 유럽’으로 영국이나 독일의 팀을 기반으로 했다. NFL 유럽을 통해 유럽 내에 미식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인지도를 쌓고자 노력했고, 평균 관중이 약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나름 성공적이었다. 이후 NFL 사무국은 NFL 정규시즌 경기를 유럽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했고, 여러 논의 끝에 비슷한 문화권인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07년 처음으로 NFL 경기가 유럽에서 개최되었다. 그렇게 첫 ‘NFL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8만여 명의 관중이 웸블리 스타디움에 운집했고, 지속해서 그 횟수를 늘려간 끝에 현재는 매 시즌 4경기를 영국에서 치를 예정이다. 또한 최근에 개장한 토트넘 핫스퍼의 새로운 경기장과 10년 계약을 맺어, 최소 연간 2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처럼 NFL은 서서히 그들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프로스포츠의 세계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특히 올해 초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 19 확진자 규모가 작아 일찍 개막할 수 있었던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한 세계화 시도가 있었다. K리그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가장 먼저 개막한 리그라는 이점을 활용해, 전 세계 36개국에 중계권을 팔았다. 첫 경기에 총시청 횟수 340만에 이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머지않아 분데스리가 등 주요 유럽리그들이 재개막을 하면서 그것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계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의 프로축구 리그에 대해 짧게나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K리그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K리그 올스타를 꾸려 베트남에서 베트남 연령별 대표와 경기를 했고,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동남아시아 쿼터제로 인해 동남아 선수를 외국인 선수에 포함되지 않고 엔트리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구단은 적으며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여러 동남아 선수들이 K리그 특유의 압박과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남아 선수들이 뛰던 때에는 동남아 시청자 수가 많았지만, 그들이 K리그를 떠나자 다시 시청자는 줄어들었다. 이처럼 K리그의 동남아 마케팅은 노력과 비교해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마케팅을 특정 선수의 영입으로만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동남아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한다면 마케팅이 훨씬 수월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것만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동남아 팬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선수를 통한 직접적인 마케팅보다 동남아의 잠재적인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많은 K리그 팀들에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동계훈련을 떠난다. 올해의 경우 22개의 K리그 팀 중 13팀이 태국의 치앙마이로 떠났다. 이런 흐름에 맞춰 동계훈련 기간에 연습경기를 현지 팀들과 진행하고 많은 동남아 클럽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맺어 가다 보면, 동남아 현지에 구단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훨씬 쉬울 것이다.

또한, NFL 유럽과 유사하게 동남아시아 쿼터가 있는 만큼, 비시즌에 공개 트라이얼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높은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야망이 있는 동남아 선수들이 충분히 가고 싶어 할 것이다. 새로운 동남아시아 쿼터제로 인해 동남아 선수를 기존 외국인과 별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K리그의 템포와 속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도 각 구단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리고 NFL이 히스패닉 층을 타깃으로 한 뒤 멕시코에서의 인기도가 상승한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팬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동남아 이민자 혹은 노동자를 경기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서 특히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 있는 구단들이 그들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데이’를 만들어서 한 경기에 외국인에게는 티켓값을 할인해주거나, 경기장 근처에 부스를 활용해서 외국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으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경기를 동남아나 유럽에 송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게 그 경기를 본 사람들이 다시 K리그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앞서 말한 구단이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자료도 필요하고, 현지 중계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최근에 36개 중계권을 팔고 난 뒤 진행되고 있는 영어중계를 들어봤는데 1인 중계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점에서 흥미가 떨어졌다. 단순히 중계권을 파는 거를 떠나서 해외에 어떤 식으로 리그가 중계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할 요소이다.

유한결 기자(hangyul9696@naver.com)
[21.7.2, 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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