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유한결 기자] 올해 2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프로야구 구단 프런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단장과 모기업 간의 갈등,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프런트와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까지 담아내며 국내 프로 구단의 프런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덩달아 국내 프로 구단의 단장들은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명성을 얻으며 그들의 미디어 노출도 더 늘었다. 미국에서도 미국 프로야구(MLB)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머니볼’이 2011년 흥행을 하면서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단장의 역할을 보여줬고, 단장이라는 직책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단장은 선수단을 대표하는 역할로 감독과는 다른 업무를 담당한다. 감독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아주 적은 재량권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판단은, 구단의 성과로 측정되는 팀 승률을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선수들의 발굴 권한이 단장에게 있기 때문이다(곽상모, 2015). 그래서 최근에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유능한 감독보다 유능한 단장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에서도 단장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K리그 구단에 단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어떤 팀은 단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단장이 아닌 대표이사 또는 전력강화실장과 같은 직책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국장이나 사장은 구단의 외적인 마케팅이나 스폰서십 같은 부분에 집중하고, 단장은 선수 영입이나 기존 선수의 재계약과 같은 선수단 내적인 관리에 치중한다. 하지만, 몇몇 K리그 구단은 직책에 대한 구분이 애매해서 흔히 ‘프런트’라 불리는 고위층에서 이런 업무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단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부족하다. 특히 아직 몇몇 기업구단에서 단장직은 본사에서 밀려나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면서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단장직에 있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 및 코치진과의 갈등이 심했다. 단장은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감독만큼이나 중요한 직책임에도 그 중요성을 불과 최근까지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K리그에서 단장의 미디어 노출이 적다. 이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K리그 구단의 단장이 누구이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일반인들이 알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또한 단장이 정확히 구단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기 쉽지 않다. 프로야구 구단의 단장들이 최근 드라마와 MLB의 기조에 힘입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주목을 받는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그러므로 K리그 구단의 단장과 단장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인원들이 감독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K리그 인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K리그 구단의 단장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 단장의 주 업무 중 하나인 이적이나 재계약 관련해서 미디어 노출이 적은 K리그의 특성상,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가 적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K리그 구단 단장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좋을까? 먼저 다른 스포츠 구단에서 단장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형적인 유럽 스포츠의 특징을 갖는 유럽의 프로축구 구단과 북미 스포츠의 성격을 가진 미국의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단장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유럽과 북미 스포츠는 리그가 운영되는 방식이나 규칙 등에서도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으며 구단을 운영하는 조직의 역할과 방향성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K리그의 경우, 제도적인 부분에서 북미 스포츠의 특징과 유럽 스포츠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두 가지 리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단장의 역할을 파악하고 그것을 K리그에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구조부터 색다르다. 구조적으로 각각의 구단이 리그에 종속된 형태이다. 구단이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내고 들어와야 한다. 그만큼 구단을 창단하고 리그에 들어오는 일이 쉽지 않다. 단적인 예로 미국 프로축구(MLS)는 양적인 팽창을 지속 중이지만, MLS 사무국은 매년 새롭게 리그에 참가하는 구단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각 구단보다 리그 사무국이 갖는 힘이 훨씬 크다. 마케팅 같은 경우도, 각 팀이 직접적인 마케팅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기보다, 리그 사무국이 도맡아 리그 전체를 홍보한다. 그래서 마케팅에 있어서 각각의 리그를 대표하는 ‘커미셔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폰서십 역시 리그 전체가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 프로스포츠를 보면, 한 가지 리그에 속한 모든 팀이 같은 브랜드의 용품을 후원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샵도 각 구단이 운영하기보다 리그가 운영하는 샵에 각 구단별 카테고리가 있는 방식이다. 이처럼 각 구단은 독립적이기보다, 리그에 종속된 성격이 강하다. 제도적으로도 독특한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드래프트 제도가 존재하는데, 이는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구단이 가장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구조이다. 이를 통해 전력이 좋은 팀이 리그를 독점하는 현상을 방지하고, 계속해서 하위권을 차지하는 팀이 없도록 무한 경쟁을 유도한다. 또한 드래프트와 함께 미국의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제도로 ‘샐러리 캡’을 뽑을 수 있다. 샐러리 캡은 연봉 상한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각 리그에 속한 구단은 정해진 일정 금액의 연봉까지 지출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통해 뛰어난 자금력으로 슈퍼스타를 한 팀에 모아두는 일은 불가능하다. MLS의 경우 전신인 NASL에서 샐러리 캡이 없었다. 그래서 한 구단이 무리한 투자로 전력을 강화하자, 다른 구단들도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무리한 투자는 수많은 구단의 파산으로 이끌었다.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롭게 출법한 MLS는 샐러리 캡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샐러리 캡은 무리한 투자를 방지해 재정적으로 건전한 리그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구단이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리그 내에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NFL의 경우 총 54번의 슈퍼볼에서 무려 18팀이 우승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어떤 구단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무한 경쟁이 가능하다. Rottenberg(1956)와 Neale(1964)은 스포츠에서의 경쟁과 관련하여 어떤 팀이라도 독보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는 경우, 리그에 대한 매력도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관람 스포츠 상품의 수요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팀의 수익은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무한 경쟁을 유도한다. 즉,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스포츠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상업적인 요소들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이 미국 프로스포츠를 전 세계 프로스포츠 리그 중 상위권의 수익을 창출하게 했다.

유한결 기자(hangyul9696@naver.com)
[21.7.5, 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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