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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리오넬 메시가 파리생제르맹(이하 PSG) 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6일 FC바르셀로나는 구단 SNS를 통해 메시와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성명문에 따르면 구단의 재정과 구조적인 문제가 재계약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21년이라는 긴 시간을 바르셀로나와 동행한 메시의 이적 소식에 축구계는 혼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21세기를 호령한 두 축구천재 메시와 호날두 모두 더는 엘 클라시코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은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한편 메시의 PSG 이적을 앞두고 축구팬들은 바르셀로나의 10번 등번호를 과연 누가 물려받게 될 것 인지 또 다른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에게 10번 등번호가 의미하는 바는 상상 이상이다. 바르셀로나라는 명문 구단의 10번이라는 핵심 등번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0번을 달고 팀을 대표했던 선수들(호나우지뉴, 히바우두, 과르디올라, 마라도나 등)의 이름값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메시가 약 13년 간 등에 새긴 번호라는 사실이다. 아무 선수에게 이 번호를 물려줄 수도 없을뿐더러, 선수들 역시 10번을 달고 경기장에서 뛰기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메시의 10번을 영구결번 처리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영구 결번(retired number) 처리란 쉽게 말해 은퇴한 유명선수의 등번호를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다.

주로 원 클럽 맨이나 팀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판단되는 선수의 등번호가 영구 결번 처리된다. 대표적으로 전북현대의 이동국(20), AC밀란의 말디니(3), 아약스의 크루이프(14) 등이 있다.

하지만 메시(10)의 영구 결번은 스페인 라리가의 규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20-21 바르셀로나 등록 명단

라리가에는 등번호와 관련해 중요한 규정이 여럿 존재한다. 첫 번째는 모든 팀의 1군 선수들은 1~25번 사이의 등번호를 배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리버풀의 아놀드(66), 웨스트햄의 라이스(41) 등과 같이 개성 있는 등번호를 라리가에서는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라리가에서 1번과 13번 등번호는 골키퍼만이 차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골키퍼가 무조건 이 두 번호 중 하나를 배정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번호가 1~25번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는 구단으로서도 어느 정도 필수로 자리 잡았다.

써드 골키퍼가 추가적으로 엔트리에 등록될 때는 25번을 배정받는다. 물론 골키퍼가 두 명만 등록될 때는 필드 플레이어가 25번을 배정받을 수 있다.

20-21 최종라운드 바르셀로나 명단

세 번째로 구단이 유스 선수를 1군 명단에 등록하고 싶을 경우 50번 이상의 등번호는 배정할 수 없으며, 25번 이내의 번호를 배정할 경우 해당 선수는 1군 무대에서만 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는 수비수 밍구에사(28)를 1군으로 등록해 얇아진 수비 층을 긴급 수혈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등번호 제한 규정으로 인해 구단들은 추가적인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먼저 1군 등번호를 25개로 제한하다보니, 앞선 메시의 경우처럼 영구 결번이 라리가에서는 나타날 수가 없다.

단순히 구단들이 선수 등록의 용이성과 선수층의 두터움을 위해 영구 결번을 꺼려하는 것을 넘어, 리그 차원에서도 영구 결번을 막고 있다.

다니엘 하르케를 기리는 에스파뇰

지난 2009년에는 에스파뇰의 주장 다니엘 하르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에스파뇰이 그의 등번호 21번을 라리가 최초로 영구결번 지정했지만, 라리가의 반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또한 골키퍼의 등록을 2~3명으로 제한하다 보니 골키퍼의 부상에 관해서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리그에서는 3개월 이상의 부상 선수가 존재할 경우 선수를 추가 등록할 수 있다는 예외 사항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25인 이하 등록을 지켜야 하므로 사실상 숨통을 조금 틀 수 있게 됐을 뿐이다.

이처럼 라리가 등번호 규정은 꽤 까다롭다. 그리고 메시의 10번 등번호가 영구 결번될 수 없는 핵심적인 이유도 바로 이 규정에 있다.

해당 규정의 선과 악을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등 다른 리그들과 비교했을 때 라리가 구단들이 선수 등록과 등번호 배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라리가의 해당 규정에 대한 이후 양상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8.11. 사진=FC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및 SNS, 에스파뇰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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