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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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김민재 기자] 방송 기술의 발전은 스포츠가 이끈다는 말이 있다. 초고속 카메라, 360도 카메라, 스파이더캠 등 최첨단 방송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스포츠 경기 현장이었다.

‘짐벌 카메라’도 그 중 하나이다. 짐벌은 내부에 장착된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하여 흔들림 없는 화면 연출을 가능하게 한다. 영상의 흔들림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스테디캠’과 비슷하다. 그래서 역동성이 핵심인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이고,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최근 중계에서 짐벌 카메라의 촬영 영역이 넓어진 모습이 보인다

짐벌 카메라의 종횡무진



그런데 요즘 K리그 중계를 볼 때마다 예전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짐벌의 적극적인 사용이다. 예전에는 경기 중 짐벌 카메라의 촬영 영역이 터치 라인에 한정되었다. 그래서 측면 플레이, 코너킥, 세리머니 상황에서만 활용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선수단 벤치 앞 테크니컬 구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그라운드 난입(?)도 불사한다.

카메라가 득점 이후 기뻐하는 홍명보 감독을 비춰주고 있다 / 중계화면 캡쳐
카메라가 작전 지시를 하는 이병근 감독을 비춰주고 있다 / 중계화면 캡쳐

덕분에 시청자들은 더 역동적이고 생생한 중계를 볼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물론, 선수 교체 장면, 벤치에서 감독이 열정적으로 지시하는 모습까지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K리그 중계 품질의 급성장

이처럼 최근 몇 년간 K리그 중계 품질은 빠른 속도로 향상 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도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방송사마다 달랐던 중계 그래픽을 통합하고 브랜드 아이덴티디(BI) 리뉴얼을 진행했다.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주요 리그처럼 K리그의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K리그 중계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중계 품질의 표준화를 추구하고 있다.

K리그 중계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 한국프로축구연맹

물리적 변화도 이뤄지는 중이다. 와이어캠, 피코캠 등 보다 색다른 화면 연출을 위해 새로운 카메라가 계속 도입되고 있다. 작년에는 공사를 통해 일부 경기장의 카메라 설치 위치를 변경했다. 안정적 촬영 환경 조성은 물론 더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 구현을 위해서다.

전담 인력 구성⋅숙련도 향상이 관건

물론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대표적으로 중계진의 경험과 센스이다. 축구는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현장에서의 순간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화면을 보여주다가 정작 골 장면 등 주요 장면을 놓치는 등 경험 부족에 의한 실수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축구가 골을 넣기 위한 스포츠임을 생각해보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을 못한 셈이다. 이런 일은 물리적⋅기계적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중계진의 역량에 달려있는 일이다.

리플레이를 보여주다가 세징야의 골장면을 놓친 모습 / 중계화면 캡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말처럼, 중계진의 역량은 많은 경험에 달려있다. 경험의 중요성은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찾을 수 있다. KBO리그 중계를 전담하는 방송사는 1년에 100경기가 넘는 중계를 하기에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십 년 동안 중계를 해온 스포츠 방송 3사의 야구 중계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K리그는 다르다. KBO리그처럼 경기 수가 많은 것도 아니며 시청률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중계 방송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바뀌며 인력의 연속성이 떨어졌고, 그마저도 외주 인력이 많아 전문성도 부족했다.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주요리그는 시즌 내내 같은 중계진이 제작을 담당한다. 축구에 대한 이해와 중계의 전문성이 자연스레 높을 수밖에 없고, 보다 높은 품질의 제작이 가능하다. 연맹도 이 점을 인지해 ‘자체적인 중계 제작 및 송출 능력 확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19시즌부터 K리그 중계 자체 제작 비중을 늘리고 있다.

K리그와 KT의 동행

그래서 올해 초 연맹이 KT와 맺은 제휴가 큰 의의가 있다. KT는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TV가 소유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를 물적 분할하고, 연맹은 이에 상응하는 현금을 출자해 합작 회사를 만든다는 것. 스포츠단체가 중계 방송을 위해 전문 방송사를 설립한 것은 국내 최초다. 연맹과 스카이스포츠는 상호 협력 하에 채널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K리그 중계를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미디어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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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K리그는 방송 중계권과 무관하게 리그를 자체 중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중계 편성은 물론 품질 향상, 콘텐츠 제작 등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계진의 역량을 향상시킬 환경이 조성됐다는게 큰 성과이다. 중계진은 꾸준한 제작을 통해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

그동안 K리그는 KBO리그에게 밀리며 언제나 2순위였다. 중계조차 없는 경기도 많았으며, 스포츠 방송3사는 K리그 중계에서 아예 발을 뺐다. 누구보다 위기였던 상황에서 이제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는 K리그. K리그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앞으로의 행보와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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