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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지난 17일 우주베키스탄 파르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E조 1차전 몽골과의 경기에서 지소연이 전반 35분 팀의 5번째 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A매치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59골)을 올린 선수가 됐다.

이날 한국대표팀은 압도적인 전력과 경기력을 바탕으로 12대0 대승을 거뒀다. 전반 4분 추효주의 골을 시작으로 조소현(2골), 이금민(2골), 이민아, 문미라(3골), 박예은이 차례로 득점에 성공하며 여자축구 대표팀의 매서움을 보여줬다.



대승도 대승이지만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은 단연 지소연의 득점 순간이었다. 지난해 2월 지소연은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뽑아내며 차범근 전 감독의 역대 A매치 누적 득점 1위 기록(58골)과 타이를 이루었다. 당시 지소연의 출장 경기 수는 123경기. 차범근 전 감독의 136경기보다 적은 경기 수로 이룬 업적이었다. 물론 여자축구 경기가 남자축구 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득점이 많이 나오는 경향도 있지만, 지소연의 위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몽골전, 무려 1년 반 만에 올린 A매치 득점으로 지소연은 이제 차범근 전 감독의 기록과 ‘타이’가 아닌 ‘단독 기록’으로서 본인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지소연이 대표팀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격차는 충분히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소연이 A매치 누적 득점 1위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기회는 올해 초 이미 있었다. 바로 중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PO. 중국만 넘으면 사상 첫 여자축구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이자 남녀축구 대표팀의 동시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1차전 1대2 석패에 이어 2차전에서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2대2 동점을 허용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소연 역시 두 차례의 PO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팀의 본선 무대 좌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안타까움 속에서도 지소연은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 복귀 후 팀의 20-21시즌 리그 우승을 이끌며 본인 커리어를 개척해나갔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도 비로소 득점을 쏘아 올리며 한국 A매치 누적 득점 단독 선두 선수로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한편 지소연은 2006년 10월 30일 만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데뷔했다. 데뷔 한 달만인 11월 30일에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대만과의 경기에서 멀티 골이자 데뷔 골을 뽑아내며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2014년에는 영국 명문 첼시 레이디스에 입단하며 8년 조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리그 올해의 선수상 1회, 리그 올해의 팀 5회 등 팀 커리어와 개인 커리어 모두에 있어서 굵직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다만 15년이나 되는 긴 국가대표 생활 동안 메이저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9 AFC U-19 여자 축구 선수권 대회 준우승, 2010 FIFA U-20 월드컵 동메달, 아시안게임 동메달 3회(2010. 2014, 2018), 2015 FIFA 여자 월드컵 16강 등 트로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소속팀 커리어에 비해 국가대표 경력이 다소 아쉬운 모습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여자축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사실이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지소연과 여자축구 대표팀의 커리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내년에는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내후년에는 중국과 파리에서 각각 아시안컵과 올림픽이 개최된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현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 나이가 적지 않아 언제 황금세대가 해체될지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대회에서 성과가 무엇보다 간절하다. 지소연을 필두로 역대 한국 축구에서 가장 막강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이 뜻깊은 결과물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더불어 지소연의 A매치 누적 득점 단독 선두 대기록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9.29. 사진=KFA 공식 홈페이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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