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쏘니(SONNY)’의 토트넘이 올여름 한국에 온다. 지난 14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쿠팡플레이는 오는 7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이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의 이번 방한은 프로축구연맹과 쿠팡플레이 사이 맺어진 뉴미디어 협약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일환이다. 토트넘은 투어 일정을 발표하며 이번 투어에는 구단 스폰서 AIA가 함께할 예정이며, 구단이 올여름 런칭할 자체 채널 ‘스퍼스플레이’에서의 첫 생중계 경기가 팀 K리그와의 경기가 될 것이라 언급했다.

토트넘과 손흥민의 내한 소식에 국내 축구팬들은 벌써 설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토트넘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토트넘은 지난 2005년 성남일화천마(현 성남FC)가 개최했던 피스컵에 보카 주니어스, 레알소시에다드 등과 국내에서 경기를 치른 바 있으며, 2017년에는 공식 홍보 일정으로서 한국에 방문해 각종 행사를 치렀다. 이번 방문은 구단의 세 번째 내한이다.

토트넘 이외에도 국내를 방문했던 해외 명문 팀 사례는 꽤 많다. 2004년에는 FC바르셀로나가 한국에 와 수원삼성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수원삼성은 1년 뒤 스폰서의 이점을 활용해 삼성이 후원하던 첼시까지 국내에 불러들였다.

2007년에는 맨유가 아시아투어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FC서울과 경기를 치렀으며, 2년 후에 재방문해 FC서울과 리 매치를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에는 유벤투스가 내한해 팀 K리그와 경기를 치렀다. 당시 유벤투스와의 경기는 일명 ‘호날두 노쇼 사태’로 아직도 축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해당 경기에서는 이과인, 키엘리니, 데 리흐트 등 화려한 라인업의 선수들이 대부분 경기장을 누빈 반면, 월드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장에 단 1분도 모습을 비추지 않으며 국내 팬들의 원성을 샀다. 더불어 경기 지연부터 적절한 공지의 부재까지 경기장 상황도 어수선했다.

이후 언론에 의해 유벤투스가 호날두 출전 관련 계약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으나, 주최 측인 더페스타가 계약 및 운영 능력에 있어 큰 실책을 보였다는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 내한 당시 국내 분위기는 얼마나 국내 축구팬들이 유럽 명문 팀의 내한에 열광하는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토트넘의 방한은 유벤투스 사례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단연 한국 축구의 상징 손흥민 때문.

토트넘과 한국에서 손흥민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세계 무대에서도 탑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리빙 레전드’ 손흥민의 존재와 이에 따른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토트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토트넘은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조소현 역시 보유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미 국내 남녀 대표팀 리더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민클럽’이 되었다.

따라서 유벤투스 사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토트넘으로서도 토트넘의 방한은 이전과는 색다른, 역대급 프리시즌 내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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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트넘의 이번 내한과 같이 해외 클럽들의 프리시즌 투어 일정을 바라보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표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선수와 구단으로서 시즌 종료 후 새로운 시즌 시작 전까지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 대륙까지 가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친선 전을 치르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글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명문 구단의 해외 원정이 얼마나 팀의 상업적 측면에서 필수적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더욱 자세한 설명을 위해 영국 프리미어리그(PL)의 사례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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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명문 팀들의 프리시즌 해외 투어 역사는 1990년대 말부터 진행되어온 프리미어리그의 해외 시장에 관한 관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중 후반 리처드 스쿠다모어(Richard Scudamore)가 최고 경영자로서 리그에 입성한 이래로 PL은 리그 사무실에 진지한 상업적 변화를 가져왔다. 순식간에 예리하고 영리한 경영자라는 명성을 쌓은 그는 리그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고 싶었다.

스쿠다모어가 느끼기에 당시 PL은 해외 수익 쪽에서 잠재력에 비해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많았다. 해외 중계권이 대표적이었다. 그간 PL의 해외 중계권은 패키지 형식으로 묶어 고정 가에 팔았으며 이를 낙찰자가 풀어서 되파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는데, 스쿠다모어 생각에 이는 편리한 방식일 뿐이지 이윤이 많이 남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중간 상인을 없애고 해외 중계권을 지역별 패키지로 쪼갠 다음 텔레비전 방송국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틀을 바꿨다. 그리고 이 계획은 곧바로 성과를 올렸다. 스쿠다모어와 PL은 9년 만에 해외 중계권 수익을 687% 올리는 압도적인 업적을 이뤘다.

스쿠다모어는 중계권뿐만 아니라 굿즈도 해외에 팔고 싶었다. 그렇다고 스쿠다모어가 합류하기 전까지 구단들이 굿즈를 전혀 수출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199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태국과 홍콩, 일본 팬들한테 굿즈 수출하기 위해 세 경기가 예정된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시 대부분의 팀이 해외 투어를 다녀올 때 상업적 활동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리시즌의 브랜드화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구단들조차, 그런 해외 원정 경기를 단지 조금 더 화려한 연습 경기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스쿠다모어가 리그 수익 증진 방편으로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그는 텔레비전 쪽에 했던 동일한 방식을 프리시즌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프리시즌을 패키지화해서 리그의 해외 주요 시장에 내놓는다면, 프리시즌도 리그가 해외 팬과 새로운 차원의 관계를 맺는 데 일조함으로써 글로벌 인지도도 높이고 나아가 글로벌 수익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2003년 PL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초의 공식 승인 해외 시합인 포팀아시안컵을 열어 첼시, 뉴캐슬, 버밍엄,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이 뒤섞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렀다.

2년 후에는 볼턴, 맨체스터 시티, 에버턴이 태국에서 열린 그 대회에 두 번째로 출전했다(이때는 아시아트로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또 2년 뒤인 2007년 홍콩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대회 인기가 높아져 매 경기 표가 매진되고, 바클리스 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아시아인들의 PL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충분히 느낄 법했다.

이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프리시즌 투어는 더 이상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게 됐다. 그들에게 프리시즌 투어는 글로벌 브랜드라 자처하는 자존심 있는 필수 행사가 되었다.

급기야 당시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게리 쿡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간 맨체스터 더비를 외국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물론 당시 쿡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2017년 여름 두 팀은 결국 휴스턴 프리시즌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역사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는 영국 밖에서 주최된 최초의 맨체스터 더비이자, 67,000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온 축제였다.

나중에는 구단주들 입에서 리그에 라운드 수를 더해 리그의 정기 시합을 해외 핵심 시장으로 진출시키자는, 소위 리그 39번째 라운드(기존 38라운드 + 1라운드)를 전 세계 경기장에서 열자는 대화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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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PL 구단들의 해외 투어는 PL을 상업화하고 전 세계 시장으로 리그의 시야를 넓히고자 추진하던 여러 노력 중 하나로서 이제는 팬들에나 구단에나 당연한 문화가 되었다.

1992년 PL이 창설될 때 리그 소속 구단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는 총 열세 명이 전부였다. 전 세계가 영국 축구에 관심을 가질 때도, 영국 축구는 세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PL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파이가 커졌고 그들에게 해외는 너무도 당연한 마케팅 시장이다. 선수 영입부터 스폰서 계약, 굿즈 판매, 프리시즌 투어 등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결국 이들 요소 하나하나가 구단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방한. 토트넘이 손흥민과 한국에게 자선 차원에서 방문한다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에 엄청난 브랜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필자의 학과 선배이자 현재는 프로축구연맹에 몸을 담고 계신 양송희 작가님이 저서 <저질러야 시작되니까>에서 토트넘 재직 당시를 회상하며 적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토트넘에선 한국어도 스펙이었죠!”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2.04.22. 사진=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아스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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