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나는 호텔에서 사는 게 아니라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카메룬 국가대표 출신이자 전 토트넘 수비수 베누아 아수-에코토(Benoit Assou Ekotto)가 아스날 이적을 거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축구에서 이적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 연봉, 전술, 참가대회 등 다양한 요소에서 견해차가 발생하며 이들 간 조율이 이루어져야 이적이 성사된다. 이는 에이전트의 핵심 임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수-에코토에게는 적어도 위 사항들이 그렇게 중요한 조건들은 아니었다.

지난 8일(영국시간) OneFootball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수-에코토가 토트넘 이적을 선택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호텔 숙박’에 대한 단호한 입장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경기 전 호텔 숙박에 대한 극심한 혐오감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가 결정되었다고 직접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아스날 유니폼을 입지 못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뛰어볼 기회를 거부한 채 결국 숙명의 라이벌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경기 전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은 그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축구가 자신의 열정이 아니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에코토는 아스날의 위상과 챔피언스리그의 전통을 가진 클럽에서 뛸 기회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시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왜 아스날과 계약하지 않았는지 아는가? 당시 경기 전에 호텔에 가는지 에이전트에게 물어봤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나는 곧바로 아스날에 안 간다고 말했다. 나는 호텔에서 사는 게 아니라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반면 토트넘은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아스날은 당시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고 있었기에 일주일에 4일은 집에 있을 수 없었다”

한편 아수-에코토는 지난 2006년 프랑스 랑스를 떠나 약 500만 파운드(한화 약 86억)에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입성을 알렸다.

이적 직후에는 이영표, 가레스 베일 등과 경쟁하며 확고한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08-09시즌부터 점차 주전으로 도약하더니, 베일이 윙 포워드로 포지션을 옮긴 이후부터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특히 11-12시즌에는 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에서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12-13시즌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하락세를 타다 결국 2015년 구단과 상호 계약 해지를 합의하며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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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수-에코토의 인터뷰를 통해 축구선수로서 그의 직업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이 갖는 가치는 살아온 사회적 배경에 따라 주관적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이 가치에 따라 태도가 형성되고, 태도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보고 한 구성원이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지,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지 파악한다.

아수-에코토에게 아스날이 추구하는 직무환경은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아스날에 입단했다면 분명 축구선수라는 직업에 대한 직무 만족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최근 조직 경영에서는 직무 만족도가 성과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보다는, 성과가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직무만족도가 낮은 구성원의 성과는 떨어진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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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역시 조직 경영을 이해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다.

동기부여 관련 내용이론 가운데 ‘허츠버그 2요인 이론’은 만족과 불만족이라고 하는 별개의 차원 요인에 의해 동기부여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동기요인은 개인으로 하여 열심히 일하게 하고 성과도 높여주는 요인이다. 주로 직무 자체와 관련된 경우가 많으며 성취감, 인정, 책임감, 성장, 자아실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위생요인은 개인의 불만족을 방지해 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주로 직무 환경과 관련된 것으로 임금, 지위, 동료들과의 관계, 내부 정책, 시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동기요인이 낮아진다고 해서 만족이 불만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만족이 감소하는 상태가 된다. 마찬가지로 위생요인이 조정된다고 해서 불만족이 만족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불만족이 감소하는 상태가 된다.

아수-에코토에게 ‘호텔 숙박’은 중요한 위생요인이었을 테다. 그는 축구선수 이전에 자신의 행복한 삶을 우선시했다. 구단의 정책과 지침, 관리와 통제 같은 직무 환경은 그에게 직업적 불만족을 높여 장기적으로 동기부여를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과 구단의 사기 저하에도 영향을 미쳤을 테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적어도 축구를 자신의 ‘열정’ 그 자체로서 임하지는 않았다. 구단의 위상이나 메이저 대회에서의 기회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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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 사례로부터 운동선수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 우리는 때로 운동선수를 국가와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틀에 가두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곤 한다. 하지만 선수들도 결국 구단이라는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다.

지난 2019년 한화이글스 투수 권혁은 구단에 자신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연봉 같은 계약 조건보다 운동선수로서 기회를 중요시했다.

2021년 아스날 수비수 메이틀랜드-나일스는 본인 SNS 계정에 구단을 언급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고, 뛰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팀 내 입지가 불확실해진 상황 다른 구단과 링크도 있었지만, 아스날이 이적을 거부하며 불발된 답답함 심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세세한 시시비비를 떠나 운동선수는 개개인이 생각하는 직업적 가치관과 사명이 있다. 그리고 이는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들도 선수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조직의 과업환경과 가치관이 부합하는 구성원을 끌어 모아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직은 구성원의 불만족을 없애는 요인보다 만족을 증가시키는 요인에 집중해야하며, 나아가 어떻게 하면 조직시민행동(OCB)을 높일 수 있을지 계속된 고민을 해야 한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4.04.13. = 아스날, 토트넘, 힐튼 호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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