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박세연 기자] 도핑 금지약물을 전면 허용한 이른바 ‘스테로이드 올림픽’에서 기대했던 신기록 잔치는 열리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겠다는 거창한 포부와 달리, 대회 내내 극심한 기록 가뭄이 이어지며 수영 종목에서 단 하나의 비공식 세계기록을 남기는 데 그쳤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핸스드 게임’이 막을 올렸다. 관심을 모았던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는 크리스티안 골로메에프(그리스)가 20초 81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3월 수립된 종전 세계기록(20초 88)을 0.07초 앞당긴 수치다.
골로메에프는 지난 2009년 국제 대회에서 기술 도핑으로 규정되어 퇴출당한 전신 수영복까지 착용하고 레이스를 펼쳤다. 약물에 장비의 도움까지 더해 세계기록을 경신한 그는 주최 측이 내건 100만 달러(약 13억 7,000만 원)의 특별 보너스를 챙겼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인핸스드 게임은 ‘금지약물을 제약 없이 허용하면 인간의 기록은 어디까지 진화할까’라는 파격적인 의문에서 출발한 대회다.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과 유력 인사들이 대거 후원자로 나서며 정식 개최 전부터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첫 대회에는 육상과 수영, 역도 등 3개 종목에 총 42명의 주자가 출전했다. 주최 측은 세계기록 경신 시 100만 달러, 종목 우승 시 25만 달러라는 막대한 상금을 내걸며 수많은 세계기록이 쏟아질 것으로 장담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남자 접영 50m에 나선 벤 프라우드(영국)가 세계기록에 0.05초 모자란 성적을 냈을 뿐, 대부분의 종목에서 평범한 기록들이 이어졌다. 아무리 약물의 힘을 빌리더라도 단기간에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외성적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냉정한 방증이다.
심지어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채 육상 100m에 출전해 9초 97로 우승한 프레드 컬리(미국)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들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약물도 더 제대로 써야 할 것”이라며 주최 측과 참가자들을 향해 뼈있는 조롱을 남기기도 했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비판 속에서 강행된 약물 올림픽은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단순한 약물 투여가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피땀 어린 훈련과 노력에 있다는 교훈만 확인하게 됐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박세연 기자(svovy@hufs.ac.kr)
[26.05.26, 사진=인헨스드 게임]














![[펜싱] 오상욱, 서울 그랑프리 사브르 금메달 쾌거](https://siri.or.kr/wp/wp-content/uploads/2023/05/오상욱-300x16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