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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김귀혁 기자] 웃어넘겼던 ‘무리뉴 2년차’가 토트넘에서도 발현되고 있다.

22일(한국시각) 토트넘의 홈구장인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에서 토트넘이 손흥민의 결승 골과 로셀소의 추가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로 승점 3점을 추가한 토트넘은 잠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첼시를 밀어내고 선두로 등극했다.

토트넘의 플랜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경기 전 발표한 선발 라인업에서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 베르흐베인 삼각 편대를 배치했는데, 손흥민을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배치한 것이 평소와 차이점이었다. 이는 A매치 이전에도 체력적인 문제를 보였던 손흥민이 스피드가 뛰어난 맨시티의 우측 풀백 카일 워커를 상대하기보다, 오른쪽에 배치해 맨시티의 수비 배후 뒷공간을 노리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변화는 전반 4분 만에 은돔벨레의 탈압박에 이은 패스를 수비 뒷공간 사이로 침투하던 손흥민이 받아 득점으로 마무리 지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좌측의 베르흐베인은 A매치에 소집되었으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토트넘으로 복귀했다. 체력적 여유가 있던 그는 교체 전까지 활발한 스프린트로 맨시티 수비진을 압박했다. 특히 베르흐베인이 워커를 상대한 탓에 우측에 배치한 손흥민의 수비 가담과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빈틈이 없었다. 맨시티에 무려 22개의 슈팅을 허용했지만, 유효 슈팅은 5개에 불과할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무리뉴가 강팀을 상대로 자주 구사하던 지역 수비를 활용하며 중앙에 위치한 호이비에르와 시소코는 수비 가담하는 베르흐베인과 손흥민, 그리고 좌ㆍ우측 풀백인 레길론, 오리에와 함께 맨시티의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를 커버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수비 행태는 맨시티가 자랑하는 양쪽 메짤라를 활용한 하프 스페이스 공략에 애를 먹게 하며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좌측의 베르나르두 실바는 시소코에게, 우측의 케빈 데브라이너는 호이비에르에게 철저히 막혔다. 데브라이너가 위치를 바꿔가며 토트넘 수비를 공략했지만, 정작 시간이 갈수록 세밀함이 떨어졌던 맨시티였다.

1차 저지선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무결점에 가까웠다. 좌측의 레길론은 마레즈를 완벽하게 잠재웠고, 워커와의 스피드 대결에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한발 빠른 판단력으로 매서운 역습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날 레길론은 무려 10번의 볼 리커버리(볼 소유권 확보) 스탯을 보여줬다. 우측의 오리에도 지난 시즌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감한 수비와 집중력으로 맨시티의 좌측을 무력화했다.

센터백 듀오인 토비와 다이어는 각각 7번과 8번의 클리어링으로 무실점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시즌 다이어는 총 44번의 클리어링으로 이 부문 2위이며, 헤딩 클리어링 부문에서 순위표 맨 상단에 자리해있다. 여기에 주발인 오른발뿐만 아니라 왼발로도 정확한 빌드업 능력까지 선보이며 무리뉴 감독의 믿음에 보답 중이다.

공격 전개 시에도 프리미어리그 패스 순위 2위인 호이비에르가 시발점 역할을 했고, 은돔벨레는 특유의 탈압박을 활용하며 역습에 도움을 줬다. 케인 역시 센터백들을 끌어당기는 미끼 역할과 볼 키핑, 공격 전개 등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토트넘의 공격과 수비에 유기성을 더했다. 특히 첫 번째 골 장면에서 케인의 움직임으로 맨시티의 센터백 라포르테와 디아스를 끌어당긴 뒤, 손흥민이 그사이 공간을 침투하며 골을 만들어 냈다. 이때 패스는 은돔벨레의 탈압박에 이은 것이었다.

이렇듯 완벽한 경기를 선보인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경기를 시청하며 오늘만큼은 천사처럼 잠들 것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 날 레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에서 리버풀의 승리로 토트넘은 리버풀과 승점 20점 동률에 득실차에 앞서며 리그 9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해있다. 옵타에 따르면 토트넘이 리그 선두를 달린 것은 포체티노의 첫 시즌이던 2014-15시즌 당시 리그 초반 2연승으로 선두를 달렸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워낙 리그 초반의 성적이라 큰 의미가 없는 판단에서였는지 옵타는 이전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풋볼 리그 시절의 1985년 기록을 강조했다.

당시 토트넘은 1985년 1월 23게임을 치르며 리그 선두에 있었는데, 극 시즌 초반을 제외한 사실상의 마지막 리그 선두 자리였다. 그 시즌 토트넘은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권 전력인 맨시티를 잡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토트넘이지만, 향후 일정은 부담스럽다. 루도고레츠와의 유로파리그 홈경기를 시작으로 첼시-아스날-크리스탈 팰리스-리버풀-레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가 이어지고, 아스날과 크리스탈 팰리스 경기 전 평일에는 유로파리그 LASK 린츠와 로열 앤트워프와의 경기까지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진다.

안 그래도 빡빡한 일정에 곧바로 박싱데이까지 이어진다.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로 일찍 시즌을 시작한 토트넘으로서는 더욱더 부담이다. 여기에 일정 자체도 만만히 넘어갈 팀이 없다.

하지만 이 위기를 넘길 경우 설마로 여겨졌던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 특히 첫 단추인 맨시티전을 완벽하게 승리로 장식한 것과 리그 초반 페이스와 맞물려 우승권 경쟁팀과의 맞대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행복한 상상이 가능하다. 참고로 토트넘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1960-61시즌이다. 토트넘 팬들이 우승에 더욱 목말라하는 이유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11.24, 사진=토트넘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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