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영국을 너머 전세계를 사로잡은 86세 할머니 화가’

캐치프레이즈부터 남다른 이목을 끌었던 로즈 와일리(Rose Wylie) 대규모 작품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약 4달간의 전시 끝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로즈 와일리는 영국의 86세 최고령 할머니 작가다. 76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에 ‘영국에서 가장 핫 한 신예 작가’로 선정된 이래 현재까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는 현재 세계 3대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그림이란 곧 일상이다. <타임즈>지 루이즈 와이즈는 로즈 와일리의 그림을 두고, “와일리에게 일상은 중요하다: 그녀는 어디에서든지 영감을 받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이 작품의 영감이 되는 그녀에게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즈 와일리는 현재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의 팬이다. 그녀에게 축구라는 관심사를 선물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 로이 옥슬레이드였다. 열렬한 축구 팬이었던 남편의 영향을 받아 로즈 와일리는 리버풀, 아스날, 첼시 등 영국의 유명 축구팀들을 좋아하게 됐고, 축구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곤 했다.

그녀에게 축구 선수는 단순 운동선수가 아닌, 훌륭한 작업 주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팬들에게 환호 받는 ‘축구의 신(축구선수)’는 방송과 신문을 통해 늘 상 소개되는 대중적인 아이콘으로서 작업 주제로 삼기 좋은 대상이라고 한다. 그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선수들의 신체적 특징들을 포착해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전시장 6관에서는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이라는 테마로 그녀가 그린 액티브한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 토트넘과 손흥민

이번 작품전에 전시된 손흥민 선수 작품은 모두 2020년에 그려진 세계 최초 공개작들이었다. 아스톤빌라와의 경기에서 팔 부상에도 투혼을 펼친 손흥민 선수를 그린 <Tottenham Go fifth>, 한 경기 네 골이라는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보여줬던 손흥민 선수를 그린 <Scoring 4> 등 전시된 토트넘 작품들만 10점이 넘었다.

이 중 단연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유니폼 에디션이었다. 로즈 와일리는 이번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손흥민 선수의 사인 유니폼을 캔버스 삼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제작했다.

6관 한가운데 전시된 이 유니폼은 전시 기간 동안 경매를 통해 판매됐다. 전시기간 내 아트 숍에서 30000원 이상 구매를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매 참여권을 제공했고, 경매를 통해 걷어 들인 수익금은 손흥민 선수와 로즈 와일리의 이름으로 구호단체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로즈 와일리와 손흥민 선수가 나눈 대화를 카카오톡으로 각색한 영상화면 또한 접할 수 있었다. 협동이 필수인 축구와 개인의 시간이 필요한 미술의 차이, 로즈 와일리의 일상, 축구를 그리는 그녀의 미술에 대한 사견 등을 카카오톡이라는 친숙한 매체로 표현해 제공한 방법은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번 전시회는 손흥민 선수가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도슨트로 참여한 점도 인상적이다. 손흥민 선수는 전시회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와 더불어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다섯 작품에 관한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시회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 것이다.

# 축구 자체를 사랑한 로즈 와일리

전시장에는 토트넘과 손흥민 선수의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축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Yello Strip>는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피터 크라우치, 옌스 레만, 호나우지뉴 다섯 명의 선수들의 신체적, 상징적 특징을 생생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2006년에 그려졌다.

<Arsenal&Spurs>는 로즈 와일리가 응원하는 토트넘 훗스퍼와 그 라이벌 아스날의 더비 매치를 그린 작품이다. 각 팀의 상징인 수탉과 대포, 그리고 선수들을 등번호로 단순하게 표현한 점은 유쾌함을 자아낸다. 이 작품 또한 2006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이밖에도 2018년 펼쳐진 맨체스터 시티와 뉴캐슬의 경기를 그린 <Man City Newcastle, from the observer 2018>, 에버턴과 뉴캐슬의 경기를 그린 <Everton and Newcastle 2018>, 리버풀 선수 사디오 마네를 그린 <On the Mark, SM 2018> 등 다양한 팀과 선수의 작품들 역시 전시되어 있었다.

한편 전시장 바닥에는 토트넘과 아스날 팀 명칭이 경기장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새겨있어 축구 팬들에게 나름의 포토 존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이렇듯 로즈 와일리는 축구를 미술 작품의 주제로서 관찰하고 소재 삼았다. 그녀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일상이자, 가치 있는 대상이었다.

로즈 와일리의 이러한 시도는 예술 분야 속 경계를 허무는 일이기도 했다. 스포츠와 미술이 하나로 뭉쳐져 사람들에게 행복과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작품을 통해 전했다.

“이런, 나도 알고 싶네요. 아트 작업에 있어 성공의 의미를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어떤 ‘포인트’나 ‘퀄리티’를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정답은 그저 작품은 보는 사람들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에요.”

성공에 대한 미술의 관점에서의 그녀의 대답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단순히 승리만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전달해준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함을 여실 없이 보여준 로즈 와일리가, 앞으로 어떤 더 아름다운 작가 활동을 이어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3.29. 사진 = 로즈 와일리전 인스타그램,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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