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다가오는 목요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란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1954 스위스 월드컵 이후 10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태극전사들이 안방에서 이란 징크스를 깨트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맞대결 결과에 따라 한국의 월드컵 포트(POT) 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큰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런데 도대체 포트가 뭐길래 이렇게나 축구팬들 사이에서 시끌벅적 한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월드컵 본선 대진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월드컵 본선에는 총 32개 국가가 참여한다. FIFA가 2026 북중미월드컵부터 참가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번 카타르월드컵까지는 32개국으로 진행된다.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4팀씩 총 8개 조를 구성해 조별 예선을 치르게 된다. 이때 ‘포트(POT)’가 바로 이 8개 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있어 중요한 개념이 된다.

상식적으로도 32개 팀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8개 조에 배정해버리면 굉장히 불균형적인 조가 편성된다. 내놓으라 하는 강팀들이 한 조에 뭉칠 수도 있고, 같은 대륙 국가들이 한 조에 뭉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세계대회라는 월드컵의 의미가 일차적으로 퇴색될 수 있으며, 조마다 실력 편차가 심해 균형이 잡히지 못한 대회 진행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IFA는 포트라는 개념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 추첨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포트는 FIFA가 발표하는 FIFA 랭킹에 의거한다. 쉽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들을 FIFA 랭킹에 따라 쭉 나열한 뒤, 8개 팀씩 잘라 1~4번 포트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조 추첨 시 각 포트에서 한 팀씩 뽑아 총 4개 팀이 한 조에 구성되도록 한다. 단, 유럽을 제외하고 같은 조에는 같은 대륙 국가가 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조 추첨은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카타르월드컵 포트 배정은 3월 31일 발표되는 3월 FIFA 랭킹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가오는 4월 2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되는 조 추첨 때까지 본선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팀들은 강제적으로 4포트에 집어넣도록 한 것. 이에 따라 대륙간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에 진출하는 2개 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정이 연기된 유럽플레이오프 패스(PATH) A를 통해 진출하는 1개 팀, 총 3개 팀이 자동으로 포트 4에 배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 희소식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8 월드컵에서도 FIFA 랭킹 62위로 4포트에 배정되며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팀들과 조별 예선에서 맞붙어야 했다. 물론 독일이라는 대어를 잡아내며 국민에 감동을 선사한 바 있지만, 포트4의 위치에서 포트1, 2, 3팀들과 겨루며 토너먼트 진출을 꿈꾸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포트3에 속할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낮은 국가와 한 조를 이루면서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3개 팀이 자동으로 포트4에 배정됨에 따라, 우리로서는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낮은 5개 팀만 본선에 진출한다면 포트3에 배정될 수 있다. 특히 유럽플레이오프 패스 A에 속한 4개 팀(웨일스 현 20위, 오스트리아 현 30위, 스코틀랜드 현 40위, 우크라이나 현 27위) 모두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데다, 이 중 웨일스,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는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높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 중 한 팀이 포트4에 배정된 것은 우리로서 고무적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맥락이 우리가 다가오는 3월 이란전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심각하게 미끄러지는 일이 있지 않고서야, 3포트 배정이 확실시돼 보인다. 지난 2월 FIFA 랭킹 기준 예상 포트 배정만 보아도 우리나라는 29위로 포트3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본선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캐나다의 경우 우리보다 2월 FIFA 랭킹은 4계단 뒤처져 있으며, 총점수는 25점가량 모자라다. 남은 경기 수와 승리 당 부여되는 점수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전패하고 캐나다가 전승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야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우리보다 현재 FIFA 랭킹이 낮은 국가들에게만 순위가 역전되지 않더라도 한국은 무난하게 포트3에 배정될 수 있다.

이번 무대가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에서 커리어 하이(career high)를 달리고 유럽파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월드컵인 만큼, 본선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포트 배정에서부터 국민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란전 승리 시 벤투 감독이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최다승(현 27승)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는 만큼, 한국이 이란 징크스를 깨고 당당하게 월드컵 무대에 다크호스로 등장하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2.03.23. 사진= KFA,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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