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무너뜨리며 LA 다저스를 꺾었다. 이 순간 환호성을 지른 건 비단 야구팬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밀워키가 12연승 시 햄버거를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위스콘신주의 지역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조지 웹’이 내건 공약이다. 밀워키가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온 연승의 숫자를 ‘12’까지 늘렸다. 무료 햄버거 공약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위스콘신주 주민들은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1명당 1개씩 버거를 공짜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조지 웹은 버거 20만 개 분의 빵과 3~4만 파운드(약 1만 4천~1만 8천 kg)의 패티를 준비했다고 한다.
조지 웹의 무료 햄버거 프로모션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1940년대 시작되어 무려 70년간 이어진 전통이다. 하지만 1957년 창업자인 조지 웹이 세상을 떠나고 1985년 그의 아들 짐 웹이 기업을 매각할 때까지 이벤트가 현실화되는 일은 없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87년, 밀워키가 마침내 12연승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개막과 동시에 밀워키가 13연승을 달리면서 조지 웹은 공약을 처음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당시 그들은 168,194개의 햄버거를 위스콘신주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햄버거 무료 나눔으로 당장 조지 웹은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봤겠지만 지구 반대편까지 이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파급 효과는 크다.
국내에서의 모습은?
이런 스포츠와 관련된 공약성 프로모션은 종종 나타난다. 다만 국내에 적용한다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기업 중심의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에서는 주로 각 팀의 모기업에서 팀 성적에 따른 이벤트를 진행하곤 한다. 다만 구단과 관계가 없는 일반 기업의 자발적인 프로모션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만큼 지역마다 지역색이 뚜렷하게 차이 나지 않고 어디를 가든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잘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 단위의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별 구단을 대상으로 한 조지 웹과 같은 사례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신 국가대표팀을 타깃으로 한 사례가 눈에 띈다. 특히 축구의 경우 ‘붉은악마’라는 이름으로 대표팀 자체에 큰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평소에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월드컵 기간만 되면 하나 되어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월드컵 시즌이면 항상 일반 기업의 스포츠를 활용한 프로모션이 등장한다(한국이 이기면 맥주가 무료, 16강 진출 시 n% 할인 등). 이런 모습은 올림픽 기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엄연히 따지면 대회의 열기를 등에 업는 앰부시 마케팅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교묘하게 피해가며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공약 이벤트는 종목별, 국가별, 그리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팬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점은 같다. 팬들에게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이는 이벤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승리로 하나 된 팬들에게 기쁨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언젠가 부산에서 맥주 한 잔을 얻어먹는 날을 그려본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영재 기자(leeyj8492@siri.or.kr)